韓보다 한수 아래던 中, 첨단 R&D선 이미 역전

국가주도 '중국제조 2025' 성과
한국은 정권따라 정책 '오락가락'
불과 20년 전만 해도 중국의 다른 이름은 ‘세계의 공장’이었다.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싸구려 소비재를 쏟아냈다.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산업에선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은 야금야금 선진 기술을 빨아들였고, 컨테이너선, 액정표시장치(LCD), 2차전지 시장을 거머쥐었다. CATL, 화웨이, BYD 등 중국 글로벌 기업은 그렇게 태어났다.중국의 빠른 기술 도약은 ‘기술 민족주의’를 내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2015년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천명한 중국은 국가 주도로 첨단 산업 육성에 나섰다. 미국의 각종 경제 제재에 맞서 기술 자립에 나서자는 게 골자였다. 이를 위해 반도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등 정보 기술, 3차원(3D) 프린팅, 로봇, 자율주행, 항공우주 등 첨단산업에 보조금 지원과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전기차, 2차전지, 스마트폰, IT 등 분야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글로벌 대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일관성 있는 정책도 기술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한몫했다. 기술 관련 전문지식을 갖춘 관료들을 정치 전면에 배치한 덕분이다. 2022년 중국 공산당 내 기술 전문 관료는 40명으로, 2017년보다 두 배 증가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핵심 경제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핵심 인재 유치도 국가 주도로 이뤄진다. 대표적인 게 ‘1000인 계획’이다. 중국은 2008년부터 1000명의 첨단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로 글로벌 인재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기초과학 등 연구개발(R&D) 투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상위 10대 연구기관 중 7개가 중국에 있다. 영향력 있는 연구의 저자 절반 이상(68.6%)이 중국 출신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등 현재 한국이 힘을 쏟는 분야에서 미국은 더 멀리 앞서나가 있고, 중국은 턱밑까지 쫓아온 상태”라며 “중국이 핵심 분야의 미래 기술을 대거 확보한 만큼 우리도 더 늦기 전에 기업들이 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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