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경 신화' 쓴 국제범죄·과학수사 30년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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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 '경찰의 꽃' 총경 승진한 박덕순 계장·주정재 대장지난 8일 경찰청이 발표한 총경 승진임용 예정자 135명 가운데 경찰관들에게 특히 주목받은 두 사람이 있다. 박덕순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장(사진 왼쪽)과 주정재 전라남도경찰청 과학수사대장(오른쪽)이다. 이들은 순경 출신이다.
13만 경찰 중 700여명만 '영예'
"외국인 범죄 수사역량 키워야
미제사건 실마리는 유전자 시료"
무궁화 네 송이의 견장을 받는 총경은 13만 명의 경찰 중 0.4%(700여 명)에 불과하다. 총경으로 승진하면 경찰서장에 오를 수 있다. 경찰대를 졸업하지 않고, 경찰간부후보 출신도 아닌 말단 순경 입직자가 ‘경찰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총경에 도달한다는 건 그만큼 전문성과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두 사람은 각각 외국인범죄 수사와 과학 수사 분야의 최고 베테랑으로 꼽힌다.최근 두 사람을 만나 소감을 물었더니 같은 답이 돌아왔다. “기쁘긴 한데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이들은 “총경이 된 것은 새로운 의무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경찰업무를 잘하기 위한 요건으로 “사람과의 소통”을 꼽았다.
○“사람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
박 계장은 1990년 순경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밤낮없이 25년쯤 사건에 골몰하다 보니 어느새 경정이 돼 있었다”고 했다. 그는 “파출소 근무 시절 비번 때 잠복근무로 절도범을 검거해 3박4일 포상휴가를 받은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그는 평택·수원 서부서 형사과장 등을 거쳐 2019년부터 외국인 밀집 지역인 경기남부서의 국제범죄수사대에서 근무 중이다. 이 시절 ‘수사통’이란 명성에 ‘외국인통’이라는 명성이 더 붙었다. 화성 외국인 길거리 테러사건, 옛 소련권 외국인들의 마약 이권 다툼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여럿 해결했다.박 계장은 “최근 외국인 간 마약 범죄가 늘고 있어 문제”라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 방식이 확산하는 등 거래가 지능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화성·수원·안산 등 그가 관할하는 경기남부 지역은 일자리를 찾아 이주한 외국인이 많다. 그는 “우리나라에 정착한 외국인들의 범죄가 조직화·세력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꾸준히 주시하면서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수사라도 ‘현장’이 우선”
의무경찰 복무를 마친 후 1992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주 대장은 주로 광주·전남 지역에서 근무했다. 경정 승진 후 2018년부터는 전남경찰청 과학수사과에서 활약 중이다.경찰 과학수사대에서 인간의 땀과 아픔을 압축적으로 경험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과학 수사를 맡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변사 사건을 여럿 접하게 된다”고 했다. 생각나는 일을 물었더니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에피소드는 결코 없다”며 사양했다. 살해 피해자든, 스스로 생을 등졌든 간에 망자와 유족을 최대한 보듬는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했다.주 대장은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에도 불구하고 현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해결된 점을 언급하며 “유전자 시료를 제대로 채취·보관하는 것이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최신 기술의 활용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최근 연구개발 중인 ‘기체분자 분석’ 기법과 관련해 “아직까진 화재 현장에서 주로 활용하지만 조만간 다양한 범죄 수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기대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