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委, 이전 정부 실패 그대로 따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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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위원 사퇴하는 조영태 교수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17일 인구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대해 “이전 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출산고령위 민간위원이기도 한 그는 “저출산고령위가 미래세대를 위해 집중해야 할 때인데 효과가 없는 출산율 반등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인구와 미래정책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장을 맡은 인구 전문가다.
"효과없는 출산율 정책 매몰" 비판
조 교수는 “인수위 때 저출산TF 대신 ‘인구와 미래정책’을 팀 이름으로 정한 것은 당장의 출산율 반등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을 이번 정부 5년간 잘 만들어놓으면 중장기적으로 자연스럽게 인구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취지였다”며 “정부 출범 이후 저출산고령위에 참여했지만 이전과 같은 정책만 내놓고 있어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저출산고령위 위원이 사의를 밝힌 것은 최근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장으로 이동한 홍석철 전 상임위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저출산고령위는 부위원장과 상임위원, 관계부처 장관 등 9명의 정부위원과 14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홍 전 상임위원은 민간위원 자격으로 위원회에 계속 참여하기로 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당장의 출산율 반등이 무의미하다고 보는 것은 출생아 수 감소가 이미 한동안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출생아 수가 30만 명 밑으로 떨어진 현 상황에서 출산율을 0.7명에서 0.8~0.9명으로 높여도 인구가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출생아 수가 30만 명을 넘으려면 0.7명대인 출산율이 단숨에 1.09명까지 올라야 한다”며 “이는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태어나는 아기 숫자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10년 뒤 아이를 충분히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정년 연장과 연금개혁 등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인구정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정년 연장은 노후 준비와 상속 등의 계획을 세우는 데 필수 요소”라며 “금융사 입장에서도 개인연금 등에 대한 상품 전략이 연결된다”고 했다. 연금개혁에 대해선 “보험료율 조정이 가처분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영향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율과 인구는 경쟁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는 게 조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출생아 수가 40만 명 정도인 2010년대생은 경쟁을 인식하는 정도가 현재 젊은 세대보다 훨씬 작다”며 “경쟁이 줄어들면 자연스러운 본능에 의해 결혼과 출산이 확산할 수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기업에 비해 위기의식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내놨다. 그는 “기업은 내수 시장에 기댈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는 등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며 “반면 정부와 정치권은 인구가 서서히 감소하기 때문에 변화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이 같은 조 교수의 지적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적 변화와 적응에 힘쓰는 것보다는 출산 및 육아 친화 정책을 통한 출산율 제고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성용 전 한국인구학회장은 “출산율 하락을 막는 ‘완화’ 정책과 상황을 받아들이고 대비하는 ‘적응’ 정책은 인구학의 큰 두 축”이라며 “인구 적응 정책을 펴더라도 출산율을 높이는 대응과 함께할 때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최형창/강진규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