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코스피 부진 이유는…"어닝쇼크·삼성 블록딜·北 도발"

작년 연말 산타랠리 이후 후유증…"추가 낙폭 가능성은 낮아"
전 세계 증시에서 코스피가 유독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것은 작년 '산타랠리'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출회와 반도체·배터리 어닝쇼크, 삼성가(家) 세 모녀의 지분 매도, 한반도 지정학적 위기 고조 등이 얽힌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는 5.94%하락해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에서 가장 부진했다.

올해 코스피는 중국(상하이종합지수 -2.72%)보다 부진했으며, 미국(다우지수 -0.87%·나스닥 -0.45%·S&P500 -0.08%)은 물론 일본(6.44%)보다도 크게 뒤처졌다.

새해 들어 11거래일 가운데 9거래일이 약세로 장을 종료했으며, 첫 거래일 이후 8영업일 연속 하락하기도 했다. 강진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를 놓고 코스피가 연말 산타랠리에 따른 후유증이 깊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코스피는 나스닥·S&P500지수보다 강세를 보였는데,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대형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 연구원은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은 오히려 버팀목이 된 반면 기관은 연초 이후 가파른 차익실현 매도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며 "올해 초 지수의 약세를 견인한 것은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한 기관의 차익실현 매도세로 보인다"고 짚었다. 또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시기에 접어든 이후 '대장주' 삼성전자가 시장 눈높이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발표한 데 이어 시총 3위 LG에너지솔루션도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실망 매물이 출회됐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 세 모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약 2조7천억원어치 계열사 주식을 매도한 점도 삼성 계열주 투자심리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강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고 수준으로, 명목세율은 일본에 이어서 2위지만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포함하면 60%로 사실상 1위"라며 "(상속세 납부는) 주가 단기 변동성을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재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상속세 납부에 사용함으로써 기업의 성장동력을 저해하고 국내 증시 상승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북한의 도발도 한국 증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기구 정리 등 통일 폐기 관련 언행과 고체연료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 최선희 외무상 러시아 방문 등이 잇따르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졌고 외국인은 최근 3거래일 연속 유가증권시장 주식을 순매도했다.

다만 강 연구원은 "실적 눈높이 하향 과정에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으나 인공지능(AI) 테마가 아직 살아있고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연장 등 정책 모멘텀이 있다"며 "삼성 계열사 단기 오버행 이슈는 해소됐고 기저효과에 따른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 기대 등으로 추가 낙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