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에 시인으로 돌아온 증권사 전무 "쓸쓸한 사람 위해 정직한 반항"
입력
수정
이희주 전 한국투자증권 전무 발간
1996년 첫 번째 시집 발간 이후 27년 만에 새 시집 펴내

이 시인이 오랜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생애 두 번째 시집 <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를 최근 냈다. 1996년 첫 번째 시집 <저녁 바다로 멀어지다> 이후 27년 만이다. 이 시인은 1962년 충남 보령 출생으로 한양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헐렁한 양복의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책상 위 명패를 둔 임원이 되기까지 나름 바람 불고 서리 내리던 삼십 년 세월을
가늠해 보았던 시
내 신입 시절의 호기 어린 맹세를 되새기며 오늘도 입김 불어 내 이름 석 자를 닦는다고 마무리했던
이제는 필요 없는 시
- 이희주 시인 ‘이제는 필요 없는’ 중에서
새로운 시집은 총 4부로 68편을 담았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쓸쓸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다시 시인으로 돌아온 이 전 전무는 말한다. “나는 다시 반항하기로 했다. 정직하게 반항하기로 했다. 조직에서 밀려나고 사랑에 배신당하고 타자들에게 소외되고 고립된, 한마디로 슬프고 쓸쓸한 사람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 문학이 꼭 그러라고 있는 것은 아니겠으나 적어도 나는 그러려고 한다.”
임지훈 문학평론가는 시 해설에서 “이희주의 시적 화자는 혼자라는 사실을 오래도록 곱씹고 있다. 그 속에는 과거의 후회도 있고 현재의 사실도 있으며 미래가 되길 바라는 희망도 스며들어 있다”며 “그와 같이 스스로 번민하고 고뇌하며 함께 슬퍼하는 사람은 드물고 귀할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박종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