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리스크에 북한 위협까지…'위기' 때마다 빛나는 종목

중소형 방산주 '급등'…대형 방산주엔 '기관' 자금 유입
"한반도 위기 부각되면 중소형 방산주에 기계적인 매수세 몰려"
"평화 실마리 보이지 않아…전 세계 방산투자 확대될 것"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사격을 실시한 지난 5일 연평도에서 우리 군 K9 자주포가 해상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파랗게 질린 가운데, 방산주는 불기둥을 뿜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전운이 감돌자 방산주에 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정학적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이들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소형 방산주인 빅텍 주가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66.47% 급등했다. 스페코, 휴니드도 각각 44.14%와 33.3%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이 3.87% 하락한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스페코는 이날 오전에도 5% 이상 올랐고 빅텍, 휴니드는 조정을 겪고 있다. 중소형주에는 개인의 매수세가 유입됐다.대형 방산주 주가는 엇갈렸다. 전날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8.43%), 한국항공우주(5.6%), 한화시스템(6.45%)은 올랐지만 LIG넥스원, 현대로템 주가는 하락했다. 이들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 'ARIRANG K방산Fn'은 2.19% 하락했다. 다만 '큰 손' 기관 투자자는 방산 대형주를 순매수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올해 들어 기관이 8조원 넘게 팔아치운 것과 대조적이다.

그간 대형 방산주에 쏠렸던 관심이 중소형주로 확산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중소형주의 수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대형 방산주 가치는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부각됐고,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는 중소형주에 관심이 커져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반도 위기감이 고조될 때, 중소형 방산주로 자금이 기계적으로 몰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고인민회의서 시정연설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연합뉴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해당 조문(헌법)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비롯해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과 교류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우리 정부도 북한의 방침에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몇 배로 응징할 것이다. '전쟁이냐, 평화냐'를 협박하는 재래의 위장 평화 전술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북한 도발에 대한 강경 대응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신에서는 한반도 상황이 1950년 이후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하며 무력 과시에 대한 우려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며 방산 업종에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예멘 후티 반군./사진=REUTERS
중동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11월부터 예멘 후티 반군은 홍해 인근을 지나는 선박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군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11일 영국 등 동맹국들과 함께 후티 반군의 본거지를 공습한 데 이어, 14일 홍해에서 미군함을 향해 날아오는 후티 반군의 순항 미사일을 격추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후티를 국제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이에 반발한 후티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경고하며 긴장감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이 연구원은 "중동·한반도 정세는 불안정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도 현재 진행형"이라며 "세계적으로 군비 증강 기조가 확대되고 있으며 현재로선 평화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당분간 이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일 종목에 집중하기보단 여러 자산,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방산주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나 연구원은 "방산은 경기 둔화,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실적이 성장할 수 있는 업종"이라며 "한 개의 기업에 투자하기보단 바스켓(투자 대상 포트폴리오)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은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