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 낙관론은 실수"…다보스포럼에 퍼진 경고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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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주요 인사들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조기 금리 인하론'을 겨냥해 경고성 발언을 쏟아낸 것은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날 요인들이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연일 악화하고 있는 중동 정세와 미국의 부채 쇼크 등을 거론하며 '인플레이션 고착화'까지 주장했다.

○다이먼 "최근의 시장 낙관론은 실수"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에서 진행된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의 낙관론을 "실수"라고 꼬집었다. 최근 연이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다.그는 "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홍해에서의 잇단 테러, (1년 넘게 지속됐던) 양적 긴축의 효과 등이 앞으로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해 과연 우리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며 "이처럼 금융 리스크와 지정학적 리스크는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향후 2년간 미국 경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지정학적 문제를 비롯해 미국의 부채 문제가 세계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CNBC와의 별도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이슈를 제외한 시장 환경이 1년 전보다 현재 더 나아졌다"면서도 "미국 부채의 증가 속도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사상 처음으로 34조달러(약 4경4000조원)를 넘어선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규모를 우려한 것이다.

솔로몬 CEO는 이어 "우리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진전을 이뤘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만큼 올해 금리 인하 예측은 합리적"이라면서도 "다만 금리 인하가 7차례나 있을 걸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로이터통신에는 "특히 임금, 식량, 에너지 등에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고착화될 수 있는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다보스포럼에서 '금리 인하 시점을 여름으로 제시한 일부 ECB 위원들의 견해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그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얘기하고 싶지만,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최근까지 '4월 금리 인하설'에 들떴던 시장을 향해 에둘러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가르드 "여름 이후에나 인하"

라가르드 총재는 "큰 충격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현 금리 수준은 정점이지만,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완화를 위해선 필요한 만큼 제한적 금리 정책이 필요하다"며 "너무 빨리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가 (나중에) 더 강도 높은 금리 인상으로 돌아오게 될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ECB 위원인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CNBC에 "시장의 기대가 커질수록 금리 인하 확률은 줄어들 것"이라며 라가르드 총재의 견해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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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이른 축포를 터트리면 더 큰 고통으로 되돌아왔다"는 외부 기고글을 실었다. FT는 "작년 12월 '금리 인하 논의가 시작됐다'는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발언은 반드시 금리 인하를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긴축(금리 인상) 브레이크를 계속 밟기보단 기어를 변속하고 공회전 상태로 전환하겠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이날 발표된 주요 지표들도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을 꺾었다. 미국의 작년 12월 소매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보다 0.6% 늘어난 7099억달러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예상치였던 0.4% 증가를 웃돈 데다 직전월(0.3%)보다 상승폭이 2배로 커졌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지나치게 강하면 인플레이션 자극 요인이 되기 때문에 Fed가 쉽게 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다. 같은 날 영국에서는 지난해 12월 연간 물가상승률이 10개월 만에 반등해 4.0%로 치솟았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 같은 소식들이 전해지자 연방기금 금리 선물 시장에선 Fed가 3월 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이 약 59%로 떨어졌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달여 만에 최고치인 연 4.12%까지 치솟았다. 뉴욕증시에서 S&P 500과 나스닥은 각각 0.56%, 0.59% 하락 마감했다. 유럽증시의 낙폭은 더 컸다. 스톡스유럽600지수와 FTSE100지수는 각각 1.13%, 1.48% 빠졌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