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에 일제히 모인 '오너 3·4세'…韓총리에 건넨 말은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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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총리 "뭐든 얘기해 달라"17일(현지시간) 오후 3시께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가 열린 스위스 다보스. 포럼 메인 행사장인 콩그레스홀에서 도보로 5분가량 떨어진 별관(kurpark Village) 2층 회의장에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50분가량 포럼을 찾은 국내외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기업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내에선 고려아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 한화, 현대자동차, 효성, GS칼텍스, HD현대 등 8곳이 참석했다. 오너 3·4세 경영자와 전문 경영인이 직접 간담회에 참석했다. 외국 기업은 구글, 인텔, 머크, 퀄럼 등 6곳의 CEO가 참석했다.행사장엔 김걸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장과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가장 먼저 회의장에 도착했다. 김 사장은 전날인 지난 16일에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 주지사를 만나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 및 기아 조지아 공장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주지사와의 간담회 결과를 묻는 질문에 김 사장은 환하게 웃으며 “올해 완공 예정인 조지아공장 관련 더욱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행사장에 도착했다. 세 명의 오너 경영자들은 서로 반갑게 맞이하며 5분가량 담소를 나눴다. 세 명의 오너 경영자 중 맏형 격인 허 사장이 대화를 주도하는 분위기였다.
허 사장은 정 부회장은 간담회 시작에 앞서 인근 휴게실에서 대기 중이던 한 총리를 직접 찾아가 인사하기도 했다. 특히 간담회장으로 향하던 정 부회장은 휴게실 안쪽에서 휴식을 취하던 김동연 경기지사를 보자 직접 찾아가 인사하는 모습도 보였다.간담회 시작 10여 분을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도착했다. 이번 다보스포럼에 처음 참석한 최 회장은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웃으며 “나중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도 도착했다. 다보스포럼이 선정한 차세대 글로벌 리더(YGL) 출신답게 조 부회장은 간담회장에 도착하자마자 구글,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행사가 시작되자 한 총리는 회의장에 들어가서 참석한 기업인들과 일일이 명단을 교환하며 인사를 나눴다. 한 총리는 인사말에서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소개하면서,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한 총리는 “기업인들이 한국에 투자할 때 애로사항에 대해서 가감 없이 이 자리에서 얘기해 달라”며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업을 도와드리겠다”고 약속했다.
50분가량 진행된 간담회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개최됐다. 외국 기업인들을 감안해 대화를 영어로만 진행됐다. 특히 조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공급망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도 공급망위원회를 조속히 설치하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신속히 파악해 공동 대응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행사를 지켜본 총리실 관계자는 “한 총리가 이번 포럼처럼 비슷한 행사에 참석하면 기업인들로부터 애로 및 건의 사항을 항상 직접 들으려고 한다”며 “이날 간담회에서 제기된 건의 사항에 대해 각 부처가 조만간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간담회장을 지나치게 협소한 장소로 예약한 것은 옥에 티였다. 워낙 협소한 장소에서 많은 사람이 모인 데다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연신 땀을 흘려야 한다. 참다못한 한 기업인이 총리실에 고충을 토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환기가 해결되지 않자 비공개 간담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출입문을 내내 열어놓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다보스=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