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천재들' 빈 소년 합창단 "월드투어 덕에 엄마 잔소리 안 들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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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투어하는 빈 소년 합창단"꼬마신사 여러분들, 이제 무대 위로 올라가 주세요."
500년 넘게 이어진 '천사들의 하모니'
소리의 비밀은 '두성'
19일 대구 시작으로 6개 도시서 공연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 곤색 유니폼을 입은 21명의 소년들이 무대에 올랐다. 좀전까지만 해도 제각각 수다를 떨던 아이들은 무대에 오르자 하나의 하모니를 빚어내기 시작했다. 8~14세 사이의 소년들로 구성된 이 이들은 '천사들의 사운드'로 유명한 빈 소년 합창단. 526년의 유구한 역사의 빈 소년 합창단이 오는 19일 대구 공연을 시작으로 울산 통영 서울 세종 춘천 등 한국 6개 도시에서 공연을 한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휘자 지미 치앙은 "빈 소년단 만의 발성법이 사운드를 특별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맑고 부드럽고 빈 소년단 만의 소리는 '두성'을 활용한다고. 그는 "고음을 낼 때 만드시 두성을 사용하게 한다"며 "두성으로 소리를 내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들은 미사에 자주 참여하며 클래식 레퍼토리를 익히는 것 또한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창단의 에리히 아르트홀트 대표는 "아이들이 전 세계를 돌며 여러 문화를 접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라며 "특히나 어린 나이에 이런 경험을 하면 '오픈 마인드'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투어에는 한국인 단원인 구하율(11) 군도 함께한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구 군은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많이 좋아했고, 노래 실력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었다"며 "아버지가 학교를 찾던 중 가장 수준 높은 학교를 보내주셨다"고 입단 계기를 밝혔다. 단원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적응력'이다. 단원들은 합창단이 운영하는 초·중·고교 프로그램과 오디션으로 선발한다. 선발되면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학업과 음악교육을 병행한다. 모차르트·슈베르트·하이든·브루크너 4개 반으로 나눠 활동하며 해외 투어를 다니기도 한다. 카자흐스탄 출신의 알타이르 군(13)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삶이 만족스럽고 부모님이 뭐라하지 않아서 좋다"며 웃음을 지었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아트레유 군(10)은 "아버지가 같은 합창단원 출신이고 형과 누나들이 같은 학교에 다녀서 익숙하다"고 했다.
빈 소년 합창단은 1498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 막시밀리안 황제의 칙령으로 조직돼 궁정성가대로 성장해왔다. 슈베르트와 하이든이 단원으로 활동했고, 베토벤이 17세 때 합창단 반주를 맡기도 했다. 합창단이 들려준 이번 공연의 테마는 '온 스테이지'다. 연극적 요소가 많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이들이 자주 부르던 성가와 르네상스 음악뿐 아니라 뮤지컬, 오페라도 포함하고 있다. '미션'의 OST인 '넬라 판타지아', 오페라 '나부코' 중 '날아가라 상념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뮤지컬 '시스터 액트' 중 '하늘의 여왕' 등이 대표적이다. 여러 나라의 민요와 함께 한국 작품인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도 포함돼 있다. 서울에서는 예술의전당(23일), 롯데콘서트홀(24일), 관악아트홀(28일)을 찾는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