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스키 회사들은 스코틀랜드처럼 원액을 교환하지 않고 각자 만들었다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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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2020년 일본 위스키가 사케를 제치고 일본 주류 수출 품목 1위에 올랐다. 지난해 한국에서도 일본 위스키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대형마트 앞에 장사진을 이루곤 했다.
김대영 지음
교유당
478쪽 ㅣ 3만2000원
왜 사람들은 일본 위스키에 열광할까.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은 일본 위스키의 역사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책을 쓴 김대영은 전 NHK 서울지국 기자이자 위스키 블로그와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위스키 애호가다.일본 위스키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스코틀랜드와 닿게 된다.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 타케츠루 마사타카는 1918년 스코틀랜드에 도착한다. 2년간 스코틀랜드의 증류소들을 견학하며 스카치 위스키 제조 기술을 기록한 그는 일본으로 돌아온다.타케츠루 마사타카는 일본산 포트와인을 팔던 토리이 신지로와 함께 1923년 야마자키 증류소를 세운다. 100년 일본 위스키 역사가 태동한 순간이었다.
전후 일본의 경제 성장과 함께 일본 위스키 시장도 커졌다. 1980년대 일본 소주가 떠오르며 침체기를 맞았지만 2008년 하이볼 유행으로 일본 위스키는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이 열풍이 지금까지도 식지 않고 일본은 세계 5대 위스키 강국으로 성장했다. 저자는 일본 위스키 성공 비결을 제조 기술, 원재료, 그리고 자연환경이라고 말한다. 증류소들은 스코틀랜드의 제조 기술을 단순히 따라 하지 않고 일본의 환경에 맞춰 발전시켜왔다. 세계 최초 개발한 ‘주물 증류기’와 일본산 참나무 ‘미즈나라’로 만든 오크통이 그런 예다.
일본 위스키의 또 다른 특징은 ‘원주 교환 문화’가 없다는 점이다. 일본은 스코틀랜드와 달리 회사들이 서로 위스키 원액을 교환하거나 사고팔지 않는다.
일본의 증류소들이 저마다 고유의 맛을 갖게된 배경이다. 각각의 회사들이 개성 있는 위스키를 개발하면서 애호가들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할 수 있게 됐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2023년 기준 일본 내 증류소는 100곳을 넘는다. 저자는 그중 직접 방문한 22개의 증류소를 소개한다. 각 증류소의 역사와 저자가 방문하면서 느낀 감상이 담겼다.
역사책과 여행안내서가 합쳐진 책이다. 증류소 투어 예약 방법과 근처에 있는 추천 맛집과 같은 여행 팁도 담겨있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올해 예정된 일본 위스키 관련 행사를 정리했다.
위스키를 즐겨 마시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위스키 제조공정, 각 증류소의 역사와 위스키의 맛을 깊게 파고든다.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위스키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