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냉장고 문 1초 만에 조립…LG전자 'AI 로봇'으로 생산 혁신

한국기업 미래 생존 노트 (4)

사람없이 로봇팔 136대가 작업
시간당 생산 늘고 불량률은 줄어

내년 식기세척기·오븐으로 확대
"10년뒤 상상 못할 혁신 이뤄질 것"
LG전자 경남 창원 스마트공장 냉장고 생산라인의 로봇 팔. 이 공장은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다. /LG전자 제공
18일 방문한 경남 창원 LG전자 스마트공장 냉장고 생산라인은 인공지능(AI) 로봇의 세상이었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2m 크기 로봇 팔 136대만 분주하게 움직였다. 로봇 팔 하나가 20㎏ 넘는 커다란 냉장고 문을 번쩍 들어 본체에 조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초. 예전엔 두 사람이 함께 들어도 어려워 모두가 기피하던 공정이었다.

창원 스마트공장은 전 세계에 153개밖에 없는 등대공장 중 하나다. 등대공장은 세계경제포럼(WEF)이 2018년부터 선정하고 있다. 캄캄한 밤에 등대가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듯 첨단 기술로 제조업의 미래를 이끈다는 의미에서 ‘등대’라는 표현을 골랐다는 게 WEF의 설명이다.창원 스마트공장은 AI와 로봇,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이동통신, 디지털트윈, 빅데이터 등의 신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 위로 종류와 모양이 조금씩 다른 냉장고가 지나가는데, 제품에 맞는 부품이 초 단위로 장착된다. ‘소품종 대량 생산’ 환경에서만 가능했던 자동화가 ‘다품종 소량 생산’ 라인에서도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변효식 키친솔루션생산담당(상무)은 “어렵고 반복적인 작업은 로봇이 모두 수행하는 ‘지능형 생산 자동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AI 딥러닝과 정보화 시스템을 통해 지능화한 로봇이 균일한 품질의 작업을 해낸다”고 말했다.

공장 내 물류는 무인운반로봇(AGV)이 처리한다. 이 로봇은 25초마다 등장해 최대 30㎏에 달하는 부품과 모듈을 운반한다. 30초마다 10분 뒤 어떤 공장에 어떤 부품이 필요한지를 예측해 재고가 떨어지기 전에 보충해주는 식이다.

미래형 생산공장으로 전환한 뒤 LG전자 생산 현장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시간당 냉장고 생산 대수는 198대에서 260대 수준으로 31.3% 증가했다. 연간 생산 능력도 47만7000대에서 62만4000대로 늘었다.2025년엔 스마트공장이 더 고도화할 전망이다. LG전자는 25만6000㎡ 규모인 이 공장을 33만6000㎡ 규모로 늘리는 2단계 구축을 진행 중이다. 냉장고 생산라인 하나를 추가하고, 식기세척기와 오븐 생산라인도 지능형 생산 체계로 확대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부터는 미국 테네시 가전공장에도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 자동화 체계를 도입했다.

변 상무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으로 생산 환경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요즘은 AI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 정보 알림, 지능화 플랫폼 등을 추가 개발 중이어서 10년 뒤엔 상상 이상의 더 많은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