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서 퍼진 '금리인하 신중론'…글로벌 증시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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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먼·솔로몬 등 금융계 거물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주요 인사가 일제히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경고음을 보냈다.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날 요인이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 인사는 연일 악화하는 중동 정세와 미국의 부채 쇼크 등을 거론하며 ‘인플레이션 고착화’ 가능성까지 주장했다.
중동 전쟁·美 부채 쇼크 거론하며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 드러내
라가르드도 "피벗은 여름 이후"
조기 금리인하 기대 꺾이자
美 10년물 금리 年4.12%로↑
○“미국 경제 2년간 신중히 봐야”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한 CNBC와의 인터뷰에서 조기 금리 인하와 관련해 시장을 향해 “조금 더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홍해에서의 잇단 테러, 양적 긴축의 효과 등이 앞으로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해 우리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금융 리스크와 지정학적 리스크는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향후 2년간 미국 경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임금, 식량, 에너지 등에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고착화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CNBC와의 인터뷰에서는 “시장에서 올해 (미국 중앙은행이) 일곱 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사상 처음으로 34조달러(약 4경4000조원)를 넘어선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와 관련해 “증가 속도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채권’ 만기 도래도 우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아예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여름 이후’로 거론했다. 그는 다보스포럼에서 ‘금리 인하 시점을 여름으로 제시한 일부 ECB 위원의 견해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얘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또 “봄부터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라가르드 총재는 “큰 충격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현 금리 수준은 정점이지만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완화를 위해선 필요한 만큼 제한적인 금리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며 “너무 빨리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가 (나중에) 더 강도 높은 금리 인상으로 돌아올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는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하며 시장 유동성 위기가 커질 것을 우려했다. 그는 다보스포럼에서 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팬데믹 기간 많은 국가가 대규모 차입에 나섰고 이는 본질적으로 단기적인 것이었다”며 “만기가 돌아오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위험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美·유럽 증시 ‘출렁’
이날 발표된 주요 지표들도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꺾었다. 미국의 지난달 소매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월보다 0.6% 늘어난 7099억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날 영국에서는 지난달 연간 물가상승률이 10개월 만에 반등해 4.0%로 치솟았다는 발표가 나왔다.이 같은 소식들이 전해지자 연방기금 금리 선물 시장에선 미 중앙은행(Fed)이 오는 3월 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이 약 59%로 떨어졌다. 이 수치는 지난주만 해도 70%에 육박했다.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 달여 만에 최고치인 연 4.12%로 치솟았다.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56%, 0.59% 하락 마감했다. 유럽 증시의 낙폭은 더 컸다. 스톡스유럽600지수와 FTSE100지수는 각각 1.13%, 1.48% 빠졌다.
김리안/다보스=강경민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