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경착륙 땐 금융시장 혼란…풍선 바람 빼듯 질서있게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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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밀레니엄포럼 - 최상목 경제부총리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과 관련해 “구조조정을 유예하는 위험은 있지만 질서 있는 연착륙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세제 정비는 국가간, 자산간 이동성 고려해 고민
R&D예산 줄였지만 기초연구·원천기술 분야는 더 늘려
시장 신규진입 기업 규제완화 필요…정부가 역할할 것
퇴직연금·개인연금 구조 복잡…제도 개선 노력
최 부총리는 “한국 부동산 PF시장은 자기자본은 5%에 불과하고 대출은 95%에 달해 분양이 안 되면 ‘폭망’하는 구조”라며 “경착륙을 시켰다가는 금융시장 영향이 매우 크다”고 했다. 그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하되 단기적으로 풍선의 바람을 천천히 빼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며 “원칙 있는 구조조정, 질서 있는 연착륙을 하겠다”고 했다.▷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역대 모든 정부가 규제 완화를 외쳤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윤석열 정부도 역동경제 구현을 위한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나.
▷최 부총리=기존 기업 외에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규제 완화를 열심히 하겠다는 사람들이 국회에서 소수이기 때문에 법을 고치는 부분에 어려움이 있다. 정부 역할을 최대한 해나가겠다.▷황 교수=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도 체계적으로 이뤄지면 좋겠다. 압도적 원천기술을 보유하려면 기초과학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최 부총리=기초연구와 관련해선 오해가 있다. 연구개발(R&D) 예산을 줄이면서 ‘기초연구’라고 이름 붙은 부문을 조금 줄였는데, 이는 단지 이름이 그렇게 표기된 항목일 뿐이다. 몇천만원씩 뿌려주는 예산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체 R&D 예산은 줄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기초연구나 원천기술 연구예산은 확실히 늘어났다.
▷황 교수=복지 지출을 늘리는 가운데 들어오는 돈을 줄이는 감세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 두 정책 기조가 양립할 수 있는지, 지속 가능한 것인지 묻고 싶다.▷최 부총리=지난해 세수가 55조원 이상 부족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시행한 감세 정책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기업 실적이 부진하고 자산시장이 위축되는 등 경기 상황에 따라 세수가 줄어든 영향이 있다. 올해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에 여러 감세 조치가 담겼는데, 올해 세수 감소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많지 않다. (시기를) 나눠 영향을 준다. 경제가 선순환돼 세수 기반이 확충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기존에 있는 금융투자 관련 세제를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궁금하다. 주식거래세, 양도소득세, 금융소득종합과세 등 관련 세제가 산재한 상태다. 이들 세금의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세제 간 일관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시장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 어떻게 세제를 정비할 것인지 방향을 제시해 주면 좋겠다.
▷최 부총리=금융세제는 형평과세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 간, 자산 간 이동성이 커지고 있는 부분을 함께 봐야 한다. 주식에 직접투자하는 국민이 1400만 명에 달하고, 해외투자는 세 배 늘었다. 부동산 투자도 크게 증가했다. 경제 상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융세제를 고민하겠다.▷신 연구원장=국민연금 개혁뿐 아니라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종합적인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노후대비 수단으로 중요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세제를 포함해 구조가 너무 복잡해 문제다.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은 이용자가 사전에 지정해야 하는 옵션이 수백 개나 된다. 이들 상품이 단순하게 증시 부양이 아니라 개인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 만큼 명확하고 단순한 방향으로 개편해주면 좋겠다.
▷최 부총리=동의한다. 적어도 이용자가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하려고 하지만 ‘과세형평에 안 맞는다’는 지적이 나오면 단서가 추가돼 복잡해지는 측면이 있다.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으로 10년 이상 산업, 사회, 문화 등 각종 분야에서 정부 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가 지원하고 감독해야 하지만 간섭해선 안 된다. 지원받는 주체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최 부총리=시장을 감독하는 사람은 많이 알고, 유능해야 한다. 무지에서 오는 간섭이 많기 때문이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특성화고 출신 학생이 회사에서 일하다가 ‘힘들다’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다. 기술은 기업에서 가르치고 대학 교육과 연계해 4~5년이 지나면 기업과 학교에서 학위를 같이 주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좋겠다. 중소기업의 인력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본다.
▷최 부총리=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기술도 인력이고, 역동성에서도 사람이 중요하다.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정부가 계획적인 부채 관리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 일본처럼 장기적 저성장 국면에 빠질 수 있다. 민간소비는 작은데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인구까지 감소하면 앞으로 한국 경제에 어떤 상황이 닥칠지 알 수 없다.▷최 부총리=그렇다. 한국인이 제일 잘하는 게 위기 극복이다. ‘티핑포인트(임계점)’가 와서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위기가 올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우리의 DNA에 가장 맞는 방법으로 미래 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
허세민/박상용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