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클래식계는 '브루크너' 열풍…베를린필은 "교향곡 0번 연주"
입력
수정
안톤 브루크너 탄생 200주년
세계 곳곳에서 기념 음악회 열려
빈 필, 브루크너하우스에서 교향곡 7번 연주
베를린 필, 틸레만 지휘로 교향곡 00번·0번 조명
KBS교향악단, 브루크너 교향곡 5번과 9번 선곡
서울시향, 교향곡 7번 연주…츠베덴 포디엄 올라

독일 출신의 지휘 명장 브루노 발터가 남긴 말이다. 말러와 함께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교향곡의 거장’ 브루크너는 대중에게 친숙한 작곡가는 아니다. 교향곡 하나의 연주 시간이 길면 1시간 30분을 가뿐히 넘기는 데다 형식과 구조도 복잡해 웬만한 사람 귀에는 어렵게 들리기 마련이라서다. 클래식 애호가 중에서도 모든 시대 작품을 정통한 이른바 ‘고수’들이 찾아 듣는 음악으로 통한다. 그러나 일단 한번 빠지면 결코 헤어날 수 없는 게 바로 브루크너의 작품 세계다. 말러가 장대하면서도 격렬한 관현악법과 염세적인 세계관으로 청중을 놀라게 한다면, 브루크너는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에너지와 속세를 초월한 듯한 종교적 통찰력으로 듣는 이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든다. 그의 음악만을 깊이 추종하는 마니아층을 일컫는 ‘브루크네리안’이란 단어가 따로 생겨났을 정도다. 브루크너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고 싶다면 올해가 적기다. 브루크너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라서다. 세계 곳곳에서 그를 기리는 클래식 공연들이 쏟아진다.

오는 9~10월 오스트리아 린츠 브루크너하우스에서 열리는 11번의 콘서트 시리즈에선 세계 최초로 그의 교향곡 전곡(기본 9곡·습작 포함 11곡)이 시대악기로 연주된다. 브루크너가 살던 시대에 사용되던 악기와 연주법을 그대로 되살려 작곡가가 실제 의도한 소리를 재현하는 시도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필리프 헤레베허 지휘), 콘체르토 쾰른(켄트 나가노 지휘), 계몽주의 시대 오케스트라(아담 피셔 지휘) 등 유럽 유수 악단들이 대거 참여한다.
국내 오케스트라들도 브루크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분주하다. KBS교향악단은 오는 7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연주한다. 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지낸 오스트리아 명지휘자 한스 그라프(현 싱가포르 심포니 음악감독)가 포디엄에 오른다.
9월 2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선 독일 자르브뤼켄의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수석지휘자 겸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피에타리 잉키넨 지휘로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서울시향은 올해 음악감독으로 정식 취임한 명장 얍 판 츠베덴 지휘로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들려준다. 12월 12~1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