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착한 기업' 유행 지났나…美기업들 손절 움직임

ESG
국내 한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 /한경DB
기업의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정답은 ‘이윤 추구’다. 기업마다 상생과 사회공헌을 강조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은 돈을 잘 벌어야 한다. 이익을 많이 내서 꾸준히 성장해야 직원들을 먹여살리고 기부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는 기업은 더 이상 후한 평가를 받기 어려운 세상이다. 이에 대한 평가를 구체화한 개념이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로, 환경·사회·지배구조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기업도 착하게” vs. “자본주의 원칙 어긋나”

ESG는 기업이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책임을 다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을 중시하는 경영활동을 의미한다. 환경(E)에는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배출 문제, 사회(S)에는 인권 보장과 지역사회 기여 등이 대표적 항목이다. 지배구조(G) 측면에서는 이사회·감사위원회 등의 역할을 강화하고 기업윤리를 철저히 지킬 것을 강조한다. 쉽게 말해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범적으로 벌라”는 요구다.연기금과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큰손’들은 투자 대상을 고를 때도 ESG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물의를 빚은 기업이 발행한 주식이나 채권은 아예 사주지 않는 곳이 늘고 있다. 세계 ESG 관련 투자 자산 규모는 2012년 13조2000억 달러에서 2020년 40조5000억 달러로 불어났다. 각국 정부가 ESG 관련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추세여서 이래저래 평판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행처럼 번진 ESG 담론에 대한 비판도 존재해왔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평가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재계에서 ESG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많은 경영자가 ESG라는 표현을 폐기하고 ‘책임경영’이라는 단순한 표현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금융 정보 업체 팩트세트(FactSet)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미국 500대 기업 중 보고서에서 ESG를 언급한 업체는 61개에 그쳤다. 2021년 4분기 155개이던 것이 3분의 1 토막이 났다. 코카콜라는 보고서 제목을 ‘비즈니스와 ESG’에서 ‘비즈니스와 지속 가능성’으로 교체했다.

책임경영·지속 가능성 등으로 표현 대체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최근 미국에서 각종 진보적 의제 설정 노력을 비하해서 일컫는 이른바 ‘워크’(Woke)의 확산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SG가 중시하는 의제가 ‘자본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선동’이라는 시각이 보수층 일각에서 형성됐고, 이에 따라 기업들도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는 표현을 굳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용어가 바뀌었을 뿐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투자는 여전하다고 는 전했다. 브래드 카프 폴와이스 로펌 의장은 “대부분 기업은 ESG 계획에 맞춰 경영하고 있지만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거나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