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앞으로 못 본다…농심 '중대 결단'
입력
수정
'인생을 울리는' 카피로 새 광고'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1986년 농심이 신라면을 출시했을 때 내걸은 광고 카피다. ‘사나이조차 울릴 수 있는 매운맛’을 강조하는 짧고 강렬한 광고 문구로 ‘신라면=매운맛 라면’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잘 확립했다는 평가를 들으며 지금까지 업계에 회자된다. 하지만 이 문구를 앞으로는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농심은 대표 제품 신라면의 '사나이 울리는 농심 신라면'이라는 광고 카피를 대체했다고 19일 밝혔다. 남녀 성평등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눈길을 끄는 결정이다.'사나이 올리는 농심 신라면'이라는 카피는 1986년 나왔다. 남자는 씩씩하고 강해야 한다는 성 고정관념이 강하던 시절이다. 2021년 작고한 농심 창업자 신춘호 회장이 자신의 성을 따서 '신라면'이란 이름을 붙이고 '사나이 울리는 농심 신라면'이라는 카피도 직접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박지성, 송강호·유해진, 최수종, 류수영·박형식 등이 '사나이 울리는 농심 신라면'을 외쳤다. 다만 최근 몇년간은 손흥민이 모델로 출연한 신라면 광고에도 '사나이 울리는'이라는 문구가 사용되기는 했지만 이보다는 '세계를 울리는'이라는 카피가 부각됐었다.
농심 관계자는 '사나이 울리는'이라는 카피를 더는 쓰지 않기로 한 것은 성평등을 향해 가는 사회 변화에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면서 "신라면은 거의 40년간 고객에게 사랑받은 제품이다. 단순하게 사나이, 남자보다 소비자 전체를 감동시키는 광고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농심의 새 TV 광고에는 '인생을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새로운 카피가 들어간다. 일반인 모델을 활용해 일상의 순간을 함께하는 대한민국 대표 라면의 친근함과 일상성을 강조하는 콘셉트다. 출시 이후 줄곧 사용된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카피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맛있게 매운맛을 강조했다면, 새롭게 선보이는 '인생을 울리는 신라면'은 단순한 식품을 넘어 고객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정서적 교류를 나누는 동반자가 되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농심은 설명했다.
새 광고는 '인생을 맛있게 메워주는 라면'을 주제로 가족, 친구, 동료와 즐기는 신라면의 모습을 담았으며 해외에서 세계인도 즐기는 신라면의 위상을 표현했다.
농심 신라면 광고 '인생을 맛있게 메워주는 라면'편은 오는 20일 방송되며 다음 달부터는 가족과 캠핑에서 즐기는 신라면, 회식 다음 날 속을 달래는 신라면, 친구들과 함께 먹는 신라면, 나만의 공간에서 편하게 즐기는 신라면 등 4편도 차례로 공개된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