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는 불법 이민자 자녀를 우주인으로 뽑았다, 가능성 하나만 따져서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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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포텐셜
애덤 그랜트 지음
홍지수 옮김/한국경제신문
392쪽|2만2000원
![1991년 전국 중학생 체스 대회에 출전한 미국 공립학교 레이징 룩스 학생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01.35615811.1.jpg)
그런 점에서 <히든 포텐셜>은 시의적절한 책이다. <오리지널스>, <싱크 어게인> 등으로 유명한 애덤 그랜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의 신간이다. 그는 책에서 “남달라 보이는 재능이나 자질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라며 “누구나 자신 안에 숨은 잠재력을 발굴하고 키워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는 그런 사례가 가득하다. 1991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전국 중학생 체스대회가 열렸다. 강력한 우승 후보는 뉴욕 명문 사립학교 달튼 스쿨이었다. 이 학교 학생은 유치원 때부터 체스를 배웠다. 재능을 보인 아이들은 따로 방과 후 지도를 받아 대표로 선발됐다. 하지만 그해 우승은 뉴욕 할렘 빈민가 아이들이 다니는 공립학교 레이징 룩스 차지였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01.35615820.1.jpg)
저자는 “뛰어난 재능, 똑똑한 두뇌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바로 품성”이라고 강조한다. 품성(character)은 타고난 자질이 아니다. 후천적으로 갈고 닦을 수 있는 행동 유형을 가리킨다. 예컨대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해보는 것이 그런 예다. 외국어를 배울 때 틀리든 맞든 말을 자주 해보는 게 도움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일부러 불편하고 도전적인 상황에 자신을 놓는 것, 주도적으로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도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중요한 품성으로 꼽았다. 품성이 다가 아니다. ‘임시 구조물’도 중요하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기 위한 발판이다. 애슐리 코치가 아이들에게 체스를 가르칠 때 게임 막판부터 가르쳐 흥미를 돋운 것이 임시 구조물의 예다.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상 최고 슈터로 인정받는 스테픈 커리도 그랬다. 연습을 재미있게 만드는 동시에 기술적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놀이 같은 연습을 고안했다. ‘21’은 1분 동안 3점 슛, 점프 슛, 레이업으로 21점을 내는 연습이다. 대신 슛을 던질 때마다 코트 중앙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와야 한다.
기회의 문을 좀 더 넓힌 NASA는 1998년 에르난데스를 엔지니어로 받아들였고, 2004년에는 우주인으로 선발했다. 그는 2009년 47세의 나이로 우주선을 탔다. 이 이야기는 작년 ‘밀리언 마일스 어웨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저자는 대학 입학이든 직원 채용이든 이런 다이아몬드 원석을 놓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책 내용이 새롭거나 독창적이지는 않다. 다만 많은 사례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기회의 문을 넓히고, 숨은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귀 기울여 들을 만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