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실이 신드롬' 주인공 방신실 "톱10 최다기록 만들고 LPGA 도전할 것"

지난해 초장타 앞세워 KLPGA '슈퍼루키'로 등극
"작년 기복 커 가장 아쉬워…올해는 꾸준함이 목표"
"국내서 기본기 다진 뒤 기회되면 세계무대 도전"
최근 몇년 사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안팎에는 위기감이 퍼져있었다. 김효주 최혜진 등 톱랭커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로 떠난 뒤, 빈자리를 메꿀 대형스타가 나오지 않으면서다. 골프팬들 사이에서는 "요즘 응원할만한 참신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었다.

방신실(20)이 등장한 것은 이같은 우려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초였다. 173cm의 큰 키로 뿜어내는 300야드 초장타에 정교하고 전략적인 쇼트게임까지 갖춘 '슈퍼루키'의 출현에 골프팬들은 열광했다. 조건부 시드권자로 5월 E1채리티오픈에서 우승하며 '방신실 신드롬'을 일으켰다.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방신실은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시즌 초 목표로 삼았던 2승을 거둔 최고의 시즌이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사진으로만 보던 KLPGA대상 시상식에 예쁜 드레스를 입고 참석해 쟁쟁한 선배들과 나란히 섰던 날이 가장 행복했다"며 "지난 시즌 열심히, 잘 보냈다고 스스로를 많이 칭찬해줬다"고 말했다.

'조건부 시드권자'의 반란

방신실은 꿈나무 시절부터 '될성 부른 나무'로 꼽혔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국가대표를 지낸 에이스로, 선수보는 눈이 밝은 KB금융그룹이 일찌감치 그를 발탁해 세계적 스타로 키울 준비에 나섰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올 유력한 선수로 꼽혔지만 코로나19로 아시안게임이 2년 미뤄지면서 프로로 전향했다.

정규투어의 시작은 순탄치 못했다. 갑상선항진증 탓에 체중이 10kg 빠지고 호흡이 달려 정규투어 시드전에서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시드전 성적 40위, 조건부 시드라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참가할 수 있는 대회가 적었기에 일찌감치 신인왕 대신 다승으로 목표를 잡았다. 그리고 정규투어 첫 무대였던 메이저대회 KLPGA챔피언십에서 300야드를 넘나드는 초장타를 앞세워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첫 출전 대회에서 챔피언조로 우승을 다툰 그는 공동4위로 존재감을 알렸고 5번째 출전대회였던 5월 E1채리티오픈에서 우승하며 수퍼스타로 발돋움했다. 여름 시즌 체력 문제로 난조를 겪긴 했지만 10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다시 한번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지난 시즌 최고의 스타임을 증명해냈다.
지난 시즌 비거리 평균 262.4야드, KLPGA투어 1위에 오른 장타는 온전히 노력의 산물이다. 지난 시즌을 앞둔 동계훈련 당시, 두달 반 동안 매일 90분씩 스윙 연습 기구를 휘둘렀다. 이번 시즌에는 비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정확도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장타로 이름을 날리는 방신실이지만 사실 가장 좋아하는 클럽은 퍼터다. 그는 "퍼팅을 잘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어릴 때부터 퍼터 연습을 제일 좋아했다. 홀 안으로 공이 '땡그랑'하고 들어가면 연습의 고단함을 한번에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새 시즌 목표는 '최다 톱10'

지난 시즌 골프팬들을 즐겁게 한 사건 중 하나가 '루키 3인방'의 경쟁이었다. 2승을 거둔 방신실과 우승은 없었지만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신인왕을 따낸 김민별(20), 1승과 저돌적인 플레이로 강한 인상을 남긴 황유민(21)은 각자의 개성으로 KLPGA투어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함께 국가대표를 지내며 합숙훈련을 수차례 했던 친구들이지만 필드 위에서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은 경쟁자다. 방신실은 "민별이는 비거리와 퍼팅, 샷을 골고루 잘하는 선수이고 유민 언니는 '돌격대장'이라는 별명답게 공격적인 시도를 많이 하는 도전정신이 대단하다"며 "저는 코스에서 전략적인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는 점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수줍게 웃었다. 루키답지 않은 노련한 코스 매니지먼트는 첫승을 거둔 E1채리티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빛을 발했다. 단독 선두로 나섰던 최종라운드, 방신실은 티샷에서 내내 드라이버 대신 우드를 잡았다. 앞선 두번의 라운드에서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코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드를 잡은 탓에 1, 2라운드에서 평균 250야드를 날렸던 티샷이 최종라운드에서는 240야드로 떨어졌지만 단 한개 홀을 제외하고 모두 페어웨이를 지키며 우승을 위한 교두보를 만들었다.
매주 이어지는 대회, 치열한 경쟁에서 오는 압박감은 매일 감사일기를 쓰며 해소한다. 방신실은 "어린 시절부터 매일 감사한 점을 5줄 정도 정리해왔다. 그러다보면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되는 효과가 있다"며 "지난해에는 감사한 점이 많아 5줄이 빡빡하게 찼다"고 말했다.

방신실의 새 시즌 목표는 '꾸준함'이다. 화려했던 지난 시즌, 7개 대회에서 커트탈락하며 다소 기복을 보였던 점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방신실은 "상금왕, 대상, 다승 모두 욕심나지만 가장 큰 목표는 '톱10 최다 선수'"라며 "올 시즌 가장 아쉬웠던 점이 기복이 컸던 점이다. 동계훈련동안 체력훈련을 강화해 시즌 중 체력의 기복 없이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미국 진출에 대한 꿈도 키우고 있다. "어릴 때부터 늘 LPGA투어 진출을 꿈꿔왔고 지금도 하루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하지만 기본기를 더 탄탄히 다져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국내투어에서 탄탄한 기본기와 노하우를 다지면서 기회가 된다면 꼭 세계무대에 도전하려 합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