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쏘아올린 '빅테크 훈풍'…글로벌 반도체 시총 하루 220兆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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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기술株 랠리…나스닥 1.35% 상승글로벌 투자자는 18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와 기업 실적에 기다렸다는 듯이 반도체 관련 기술주를 사들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말 산타 랠리 이후 차익 거래로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 하루 만에 상승폭 1.35%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애플과 엔비디아, AMD가 전체 나스닥지수를 이끌었고, TSMC의 AI 반도체 실적 호조도 힘을 보탰다.
TSMC, 4분기 실적 예상 웃돌아
"올 매출 20% 성장"…9.7% 폭등
○애플, AI가 판매 둔화 상쇄
올해 들어 나스닥지수의 발목을 잡은 건 애플이었다. 중국 내 애플의 아이폰 판매가 부진한 영향이 컸다. 화웨이의 작년 4분기 중국 내 휴대폰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80% 가까이 늘어났지만, 애플은 10% 감소했다. 아이폰 매출 가운데 20%가 중국에서 나오는 만큼 중국 내 수요 감소의 타격은 컸다. 올해 초 바클레이스는 보고서를 통해 애플의 투자 등급을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 주가를 기존 161달러에서 160달러로 내렸다.애플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가 살아난 것은 기기 자체적으로 AI를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 수요가 늘 것이란 예상 덕분이다. 왐시 모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중국 내 약세가 다른 곳(AI)의 강세로 상쇄될 수 있다”며 “사람들이 생성형 AI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새로운 기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에 따라 애플의 목표주가를 208달러에서 22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애플의 이날 종가는 전장보다 3.26% 급등한 188.63달러였다.
○엔비디아·AMD 주가 급등
AI 반도체에 대한 기대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팹리스(설계전문) 기업인 엔비디아와 AMD의 주가도 밀어올렸다. AMD 주가는 1.56% 상승해 종가 기준 사상 최고 수준인 162.67달러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도 이날 1.88% 올라 역시 사상 최고치인 571.0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들이 생산하는 GPU는 AI용 반도체로 쓰인다. 특히 오픈AI의 챗GPT 같은 복잡한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도 GPU는 필수적이다.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도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 TSMC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6255억3000만대만달러(약 26조7000억원)로 예상치 6183억1000만대만달러를 넘어섰다. 순이익도 2387억1000만대만달러로 전망치 2252억2000만대만달러를 웃돌았다.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부소장인 브래디 왕은 “TSMC는 AI 반도체의 주요 수혜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TSMC는 AI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TSMC는 이날 9.79% 급등한 113.03달러로 마감했다.
TSMC의 주요 고객사가 애플과 엔비디아인 만큼 반도체 기술주 랠리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골드만삭스는 “TSMC 경영진은 5년 안에 AI칩 제조가 전체 매출의 10%대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본다”며 “엔비디아와 AMD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반도체주도 랠리
일본 증시에서도 미국 하이테크주 강세 영향으로 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드반테스트와 도쿄일렉트론이 각각 8.4%, 5.7% 올랐다. 두 종목이 이날 도쿄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를 277포인트(0.7%)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소재 기업도 큰 폭으로 올랐다. 세계 1~2위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 신에쓰화학공업과 숨코가 각각 1.9%와 5.2% 상승했다.세계 3대 포토레지스트 생산업체인 도쿄오카공업 주가는 8.7% 뛰었다. 이비덴(4.2%)과 다이요유덴(2.2%) 등 전자 부품 업체도 강세를 보였다. 자산운용회사 픽테재팬의 이토시마 다카토시 전략가는 “올초 미국 증시와 무관하게 홀로 질주했던 일본 증시가 반도체주 강세를 계기로 미국 증시에 강하게 연동하는 본래 흐름으로 되돌아왔다”고 분석했다.
뉴욕=박신영/도쿄=정영효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