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불로동' 대신 '감정동'에 경계정거장…김포 손 들어준 정부

5호선 연장 국토부 조정

서울 편입 불발된 김포 달래기?
예정대로 진행돼도 2033년 운행
인천 반발에 사업 진통 불가피
경기 김포시 김포시청 입구에 19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 중재안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솔 기자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사업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의 대표 사례로 여겨졌다. 조성 중인 신도시의 출퇴근 인구를 수용할 대중교통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정부는 중재안을 내놓으며 전문기관 분석과 수요 예측 등 객관적 지표를 활용했다고 강조했다. 인천시와 김포시가 사업을 두고 5년 넘게 싸우는 상황에서 최대한 공정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중재 끝에 조정안을 내놨지만 지역별로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해 실제 사업까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자체 갈등으로 번진 ‘5호선’

5호선 연장 사업은 ‘출퇴근 지옥철’로 불리는 김포골드라인과 공항철도 혼잡 완화안으로 2017년부터 논의됐다. 서울과 이어지는 기존 노선은 신도시 출퇴근 인구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돼 혼잡과 안전 문제가 지속됐다. 김포 한강신도시와 김포공항역을 잇는 김포골드라인은 출퇴근 시간(오전 7시50분~8시10분) 혼잡도가 최고 289%에 달한다. 인천 검단신도시를 통과해 서울로 이어지는 공항철도도 출퇴근 혼잡도가 150%를 넘는다.

그동안 정부는 버스 추가 투입 등의 대책을 제시했지만, 5호선 연장 사업이 근본 대안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인천과 김포가 노선과 정차역을 더욱 유리하게 끌어오기 위해 대립각을 세우며 사업이 지체돼 왔다. 이 때문에 중재안을 마련한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는 객관적 지표를 강조했다. 정거장 입지는 이동 수요가 많은 곳 위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중재안에 따르면 인천 검단신도시를 지나는 S05(가칭)역은 검단 아라동에 지어진다. 이용 수요는 하루평균 1만3040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인천지하철 1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어 2만1586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대광위는 검단 원당동을 지나는 S06역은 인천과 김포의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루평균 1만8100명이 이용할 정거장으로, 인천 1호선과 환승도 가능하다. 인천 불로동에 지어질 예정이던 S07역은 김포 감정동으로 옮겨졌다. 대광위는 인근 개발계획을 고려하면 김포에 정거장을 조성하는 게 경제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감정동은 이동 수요가 1만2819명으로, 불로동보다 1.5배 많다는 것이다.

○실제 운행까진 9년 소요

이번 조정안은 확정된 건 아니다. 정부는 다음달까지 지자체 주관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대광위는 발표된 중재안이 전체 노선의 90%를 확정한 내용이라며 큰 틀의 노선 변경 없이 일부 추가 정거장 수요 등만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주민 의견 수렴 뒤에는 각 지자체가 중단한 사업타당성 용역을 재개한다. 지자체들이 내놓은 조정안을 대광위가 다시 접수하고 오는 5월께 ‘제4차 광역교통시행계획’에 5호선 김포·검단 연장사업을 반영할 예정이다. 이어 6월에는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이번 조정안의 B/C(비용 대비 편익) 값은 0.89로 제시됐다. 대광위 관계자는 “B/C 0.8 미만도 예타를 통과한 사례가 있다”며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겠지만 교통 혼잡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봤을 때 통과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타를 통과하면 공사가 시작된다. 사업이 완료되기까지는 9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다만 두 지자체 중 한 곳이라도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다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특별법이 발표 2개월 만에 사실상 폐기되며 지역 민심이 악화한 것도 중재안 수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광위는 “김포와 인천을 오가며 여러 차례 대화한 끝에 중재안을 내놨고 발표 내용도 사전에 공유했다”고 밝혔다.

유오상/이인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