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16강 만나리노, 30대 선전 비결 묻자 '데킬라 배워서'

'돌풍' 안드레예바는 "머리 격려 글을 액자로 만들어 갖고 다닐 것"
"30대 중반에 잘하는 이유요? 제가 데킬라를 마시기 시작했거든요. "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16강에 진출한 아드리안 만나리노(19위·프랑스)의 말이다.

만나리노는 1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3회전에서 4시간 5분 접전 끝에 벤 셸턴(16위·미국)을 3-2(7-6<7-4> 1-6 6-7<2-7> 6-3 6-4)로 따돌리고 16강에 올랐다.

1988년생 만나리노는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이번 대회 1∼3회전을 모두 5세트 접전 끝에 이기는 체력을 과시했다. 3회전 상대 셸턴은 2002년생으로 만나리노보다 14살이나 어린 팔팔한 선수였다.

그러자 경기가 끝난 뒤 온 코트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만나리노에게 30대 중반의 나이에 더 잘하는 이유를 물었다.

만나리노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에서 5번 우승했는데 그중 세 번이 지난해에 나왔고, 첫 우승을 31세 때인 2019년에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만나리노는 "내가 데킬라를 마시기 시작했다"고 능청을 부리더니 "가끔 지나간 기억을 잊어야 할 때가 있는데 데킬라가 많은 도움이 됐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그냥 미래만 생각하게 되더라"고 말해 관중석에 폭소를 자아냈다.

메이저 대회에는 남녀 단식에만 128명씩 총 256명이 출전하고, 주요 경기의 경우 이긴 선수가 관중 앞에서 곧바로 인터뷰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번 만나리노처럼 재치 있는 답변이 팬들을 울고 웃게 만들 때가 종종 나온다. 남자 단식 1회전을 통과한 수미트 나갈(137위·인도)은 "작년 초반만 해도 은행 통장에 잔고가 900유로(약 130만원)가 전부였다"며 "나갈 대회도 없어서 와일드카드를 받아야 대회에 뛸 수 있었다"고 힘들었던 시기를 돌아봤다.

이번 대회를 예선부터 치른 나갈은 단식 본선 3회전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2회전 상금 18만 호주달러, 한국 돈으로 1억5천만원을 받았다.
알렉산더 츠베레프(6위·독일)는 기자들의 불편한 질문에 시달리는 경우다.

츠베레프는 모델 출신의 전 애인인 브렌다 파테아를 상대로 학대 혐의를 받아 올해 5월 독일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진 바 있다.

츠베레프는 단식 2회전을 승리한 뒤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와우"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더니 "4시간 40분 경기에서 이기고 나서 처음 듣는 질문이 이런 것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불쾌해했다.

여자 단식 16강에 오른 2007년생 신예 미라 안드레예바(47위·러시아)는 평소 앤디 머리(영국)의 팬으로 잘 알려진 선수다.

그는 단식 3회전에서 3세트 게임스코어 1-5 열세를 뒤집고 이긴 것에 대해 머리가 소셜미디어에 칭찬하는 글을 남겼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가 제 경기를 볼 줄 몰랐다"며 "(머리의 소셜미디어 글을) 프린트해서 액자로 만들어 다닐 것"이라고 '팬심'을 숨기지 않았다.
역시 여자 단식 16강에 오른 정친원(15위·중국)은 온 코트 인터뷰에서 "노래를 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WTA 투어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노래를 부른 장면이 화제가 됐는데, 16강 진출 후 사회자가 '좋아하는 노래'를 묻자 혹시 또 노래를 시킬까봐 선수를 친 것이다.

사회자가 "노래시키지 않겠다"고 확답하고 나서야 '러브 더 웨이 유 라이'(Love The Way You Lie)라는 에미넴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엘리나 스비톨리나(23위·우크라이나)는 경기 후 카메라 렌즈에 '우크라이나의 영웅들에게 영광이'라는 메시지를 적으며 전쟁 중인 조국에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