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줬으면 승진했을까요?"…경찰 인사 브로커 '충격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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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에 목매는 '경찰인사' 파고드는 브로커들“그때 브로커가 요구한 1억원을 줬으면 총경을 달았을까?.”
이달 초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 승진에서 탈락한 A경정은 요즘 혼자서 이렇게 되뇌이고는 한다. 경정 10년 차인 그는 일선 경찰서장급인 총경 진급을 위해 수년 전부터 노력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동료 경찰 소개로 ‘인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국회의원 집안사람’이라는 브로커를 소개받았다. A씨는 “절박했지만 돈이 없어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승진이 절실한 경찰을 상대로 한 브로커 활동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들은 경찰청장, 실세 국회의원과의 인맥을 과시하며 수천만에서, 많게는 억단위의 청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전·현직 경찰, 대형 로펌 직원, 국회의원 전 보좌관, 시민단체·종교계 관계자 등 출신도 다양했다.
계급정년 앞둔 경찰 겨냥한 브로커 ‘기승’
21일 만난 B경정은 “지난해 8명의 브로커를 만났다”며 “브로커들은 인사 평가에 유리하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돈을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만난 브로커들은 대통령실 행정관, 경찰청 차장 등과의 인연을 무기로 내세웠다. B경정은 국회의원의 전 보좌관 출신으로부터 3000만원을 요구받기도 했다.이들은 정부 고위직이나 경찰 수뇌부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거나 눈앞에서 통화하는 식으로 인맥을 과시했다.브로커들은 착수금과 성공보수를 별도로 책정하는 꼼꼼함까지 보였다.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각각 3000만원, 2000만원을 요구받은 C경정은 “당신 이름이 대통령비서실에 전달됐다. 진급이 목전에 있으니 성공 사례금을 미리 마련해 두라”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이달초 인사에서 총경을 단 D씨는 “인사가 난 후 며칠 동안 ‘내가 그동안 힘썼으니 돈을 달라’는 전화가 와서 처음에서 보이스피싱인줄 알았다”고 했다.
취재과정에서 이름이 거론된 관계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 “브로커에게 사칭 당한 정치인들도 사기 피해자”라며 “청탁받지도 않지만 이를 들어줄 이유도 없다”고 반박했다.
진급에 목매는 경찰 승진구조 파고들어
경찰의 계급정년과 피라미드보다 심한 압정식 인사구조가 브로커들이 활개치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 계급정년은 경정 이상의 계급을 가진 경찰이 특정 연차에 승진을 못 하면 강제 퇴직하는 제도다. 경정은 일선 경찰서의 과장, 광역시·도경찰청의 계장급이다.경찰은 조직 구조가 계급이 올라갈수록 인원이 급격히 줄어든다. 전체 13만1046명 중 하위직(순경·경장·경사)이 75.4%를 차지한다. 총경 이상 고위직은 0.5%에 불과하다. 비교적 경위 입직이 빠른 경찰대, 간부후보생 출신은 30대를 경감 계급으로 보낸 뒤 40세에 ‘경정 1년 차’가 될 수도 있다. 계급정년이 14년인 경정 8~10년 차에 보통 총경 승진대상이 된다. 이때 승진을 못하면 53세에 옷을 벗어야 한다. 하지만 경정 10년 전후 총경을 달면 새로 계급정년 11년이 부여되기 때문에 돼 결과적으로 경정때보다 5~6년 가량을 더 근무할 수 있다.경정 1000여명 중 135명이 총경으로 승진한 올해의 경우 865명이 계급 정년 대상자로 남는다. 매년 약 300명의 경정 대상자가 승진 후보군에 추가되고 있어 내년에는 약 1200명 중 100명만 총경으로 승진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브로커들은 치열한 경쟁구도에 따른 불안 심리를 파고든다. 브로커는 “몇천만원 내고 승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유리하다”고 꼬드긴다. 퇴직이 연장되면 그만큼 근속 연수와 비례해 받는 연금 수령액도 늘어나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브로커가 주로 경정 계급 이상을 타깃으로 삼는 것도 이런 구조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승진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행 경찰 인사제도의 맹점은 모든 역량과 관심을 승진에만 쏟게 만드는 점”이라며 “전문화된 직무에 전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이와 관련 경찰청은 “경찰공무원 승진 심사는 근무성적 및 경력평정, 승진심사위원회, 승진후보자 임용 순으로 이뤄지고, 객관성과 다양한 공정성 확보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어 브로커가 경찰 인사에 개입할 여지가 없으며, 브로커 연루 의혹 치안감에 대한 직위해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적절하게 조치된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