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찬의 관절건강 이야기] 환자가 원하는 것 vs 의사가 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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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말도 마세요. 얼마나 아픈지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밖에는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으려니 감옥살이가 따로 없어요. 무릎만 아픈 게 아니라 발목도 아프고 뼈마디가 안 쑤시는 데가 없어요. 이렇게 힘든데도 가족들은 나 몰라라 하고….”환자에게 증상을 물으니 그동안 아파서 고생한 이야기를 하며 눈물까지 글썽인다. 어찌 보면 환자에게 의사는 자신의 통증을 호소할 유일한 창구일 수도 있다. 가족들조차도 환자의 고통을 공감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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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의사가 말을 끊으면 환자는 서운할 수 있다. 의사만큼은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공감해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가족들에게서 느낀 서운함보다 강도가 더 클 수도 있다.
병을 치료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와 의사 사이의 ‘라포르’(신뢰·친밀감)다.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의사가 가장 믿음직스럽기는 하겠지만, 환자가 질문에 어긋난 답변을 자꾸 하면 어쩔 수 없이 끊고 필요한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국 환자를 힘들게 하는 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다.똑같은 치료를 해도 라포르가 형성됐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예후는 다를 수 있다. 수술 후 회복하는 과정은 천차만별이다. 회복이 순조로운 환자도 있지만, 일시적으로 나빠졌다 좋아지는 환자들도 있다. 후자의 경우 라포르가 형성돼 있으면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나를 치료한 사람이 최선을 다하는 최고의 의사라고 믿고 기다려주면 그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설령 의사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도 섭섭해하지 말고, 경험과 실력을 믿고 맡겨줬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어렵긴 하지만 필자도 매일 오늘 하루는 환자 이야기를 더욱 잘 듣고 공감해보자고 다짐하곤 한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