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정은의 위협·협박에 맞설 전략

핵 앞세워 무력통일 야욕 드러내
한미일 핵 연대 등으로 대응해야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지난해 12월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말 폭탄과 무력 시위로 대남 협박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전쟁 불사를 언급한 데 이어 대한민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했다. 이후 15일 최고인민회의(우리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불변의 주적과 무력 통일, 핵전쟁 불사를 명료화하기 위해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편 핵전쟁 불사 발언 직후 5~7일 서해상에서 해안포 사격으로 도발한 데 이어 14일 극초음속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IRBM)도 발사했다.

김정은의 말 폭탄에서 기존의 통일 원칙 강령을 부정한 점이 눈에 띈다. 다음 헌법 개정 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란 표현은 삭제돼야 하며, ‘과거 시대의 잔여물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은 김일성 시기의 조국통일 3대 원칙이며, 과거 시대의 잔여물 처리는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을 폭파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표면적으로 선전·선동해 온 동족, 동포, 화해, 협력의 관점에서 김일성·김정일의 통일 방식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대한민국과는 절대로 통일하지 않겠다는 결기(?)로 읽힌다. 그 결기의 자신감은 최강의 절대적 힘이라고 여기는 50~60여 발의 핵무기 보유다. 또한 시정연설에서 “핵 무력의 전쟁 억제라는 본령 이외 제2의 사명”을 언급하면서 무력 통일의 야욕을 숨기지 않았다.북한의 말 폭탄과 무력 시위는 다의적 포석이 깔려 있다. 우선 반제투쟁을 전면에 내세워 북한 주민의 불만을 달래려는 의도가 있다. 북풍 공작을 애원하는 종북세력에 ‘전쟁 대 평화’의 프레임으로 화답하려는 저의도 엿보인다.

김정은의 무력 통일 본심은 핵 교리의 악성 진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12년 헌법에 핵보유국 명시, 2013년 부득이한 정당한 방위 수단으로서 ‘자위적 핵보유법’ 제정,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직후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2022년 핵무력 사용 5대 조건에 기반한 ‘핵무력 정책법’으로 진화했다. 특히 핵무력 정책법 전문(前文)에는 핵을 사용한 영토완정(領土完整)을 공언했다. 영토완정은 일국의 영토를 단일주권으로 완전하게 통일한다는 의미다. 김일성이 1949년 국토완정을 언급한 직후 6·25 남침을 감행했다. 영토완정과 국토완정은 같은 의미다. 따라서 김정은의 영토완정은 핵을 앞세워 북한 주도로 남한 영토를 북한 체제로 완정을 완성한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이다.

한편 김정은은 시정연설에서 3대헌장 기념탑 폭파와 대남기구 폐기도 선언했다. 이는 화해 협력도, 통일 3대 원칙인 평화통일도, 1민족 1국가 2체제의 연방제 통일도 포기한다는 의미다. 바로 무력 통일로 1민족 1국가 1체제로 통일 조선의 과업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남 통일전략의 전면적 수정으로 평가된다. 김정은은 근 80년의 체제 실패를 종식하고 무력 통일로써 체제 승리로 전변하려고 지난 연말 전원회의에서 “전 영토 평정”을 언급한 것이다.

이런 북한의 협박·위협에 주눅 들지 말고 당당히 응해야 한다. 또한 북한발 전쟁 대 평화의 프레임이 한국을 오염시키는 걸 차단할 방안 마련과 북·중·러 핵미사일의 암묵적 연대에 대응할 한·미·일 핵 연대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에게 무력 통일의 부당성을 알리고, 김정은의 사치가 주민의 식량 착취 근원이라는 점도 알려줘야 한다. 이런 북한 정보화는 북한 민주화(자유화)의 토대가 되고, 이는 한국 주도의 통일을 완성하는 원동력이다. 모두의 인식 전환과 대응 전략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