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 트럼프…이길 수 있는 건 무소속 밖에 없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디샌티스 사퇴로 헤일리, 반사이익 얻나 / 美증시 주간전망
바이든, 트럼프 '컨벤션 효과' 반감되면 본격 대선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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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는 누가 봐도 좋습니다. 긴축에도 소비와 고용이 버티고 있습니다. 역대급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계적 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뉴욕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문제일 뿐 인플레이션도 잡혀가고 있습니다.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연착륙 가능성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비교해보면 미국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집니다. 그래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바이드노믹스'라고 경제적 치적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인들에겐 잘 먹히지 않습니다. 그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비교 대상은 중국도 한국도 유럽도 아닙니다. 오직 왕년의 미국만이 비교 대상입니다. 인플레이션도 없고 전쟁도 없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만을 비교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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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되면 미국 중심주의로 미국인을 더 잘 살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트럼피즘의 인기는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에 맞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대결을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친 트럼프'와 '반 트럼프'의 차기 싸움?

미국을 제외한 국가 중 미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가장 많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 꼽힙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최대 직격탄을 받을 가능성이 큰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 관심을 여실히 보여주는 게 미국 공화당 경선을 취재하는 한국과 일본 언론의 열기입니다. 트럼프 유세장에 미국 언론 다음으로 많은 곳이 한국과 일본 언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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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을 본 취재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트럼프 지지자들은 종교집단과 같다"는 겁니다.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도 3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나 환호성 속에 덩실덩실 춤추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맞는 모습은 영락없는 종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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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니키 헤일리 전 유대사의 유세장은 종교라기보다는 동호회에 가깝습니다. 흥분하기 보다는 차분하고 열기로 넘쳐있다기 보다는 온기 정도로만 채워져 있습니다.
인기투표에서 냉정과 이성이 열성과 광기를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경선 일정인 아이오와에서 5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격차로 1위에 오른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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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3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기준)에 있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조금 다릅니다. 아이오와는 공화당원만 투표하는 폐쇄적 코커스(당원대회)였다면 뉴햄프셔는 당적이 없는 무소속 유권자(39%)들도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 예비선거입니다. 바이든 지지자들이나 중도층도 공화당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어느 곳보다 헤일리 전 대사에게 유리한 곳입니다.그럼에도 상황은 호락하지 않습니다.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에 이어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터줏대감인 팀 스콧 상원의원이 트럼프 지지 선언을 했습니다. 트럼프의 헤일리 공격도 매섭습니다. 현재 뉴햄프셔 여론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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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헤일리 전 대사를 두 자리수 이상으로 앞서며 50% 이상을 득표하면 공화당 경선은 사실상 끝이 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헤일리 전 대사는 어떻게든 뉴햄프셔에서 바람을 일으켜 보려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본인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헷갈려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령을 공격하며 반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뉴햄프셔에서 실패하면 이번 선거는 포기하고 다음 대선을 기약해야할 공산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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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또 하나의 경선 후보였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21일 경선에서 후보직을 중도하차하면서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입니다. 그는 플로리다 주지사로 현직인 데다 나이도 46세로 젊습니다.

커져가는 연착륙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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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0~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미 중앙은행(Fed) 인사들은 이번주부터 공개 발언을 하지 않는 '블랙아웃'에 들어갑니다.

대신 중요한 지표가 나옵니다. 우선 25일에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률 속보치가 발표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4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전 분기대비 1.7%(연율 기준)입니다. 블룸버그통신 패널들은 2%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애틀란타 연방은행이 집계하는 GDP나우는 2.4%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에 4.9%보다는 크게 둔화됐지만 2%대는 여전히 탄탄한 성장률입니다. 시장 예상만큼 성장률이 나온다면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경기침체는 없을 것이라는 소프트랜딩(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미국 성장률이 완만하게 둔화되고 있지만 경기 확장 추세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전체적으로 2.7%의 성장을 기록한 뒤 올해부터 노동시장이 식고 소비도 줄어 상반기에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미 1%" vs "아직 3%"

Fed가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26일 공개됩니다. 지난해 12월 PCE 물가 상승률은 전월대비 0.2%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근원 PCE 물가 상승률도 전월대비 0.2%로 예상됩니다. 11월 0.1%에서 다소 올라갑니다. 다만 전년 동기대비로 하면 헤드라인 PCE와 근원 PCE 상승률은 각각 2.6%, 2.9%로 전망됩니다.

11월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소폭 둔화되는 것입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최근 들어 강조하고 있는 6개월 대비 근원 PCE 상승률은 1.9% 정도가 됩니다.
클리블랜드 연은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은 전월 및 전년동기 대비 12월 PCE 전망치를 각각 2.7%, 3.0%로 조금 더 높게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분기대비 지난해 4분기의 PCE 헤드라인 및 근원 PCE(연율 기준)는 1.8%, 2.1%로 떨어집니다.

시장이 중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대로 여전히 높지만 Fed가 중시하는 PCE 물가는 2%대로 들어왔습니다. 일부 분기 대비 수치는 1%대로 물가 목표치(2%)보다 낮습니다. 이 때문에 골드만삭스는 3월 금리 인하설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럽 캐나다, 금리 먼저 내리나

이번 주엔 유럽과 캐나다, 일본이 기준금리 결정을 합니다.

유럽에서도 시장과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시기를 두고 대치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선 오는 4월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 인사들은 하반기를 적정 인하 시점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오는 25일 ECB는 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과의 간극에 대해 발언을 할 예정입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발언 수위를 바꾸면 시장은 출렁일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22일)과 캐나다(24일)의 중앙은행들도 금리를 동결할 전망입니다. 블룸버그는 "캐나다중앙은행이 4연속 기준금리를 연 5%로 유지하면서 금리 인하 신호를 주시하도록 집중시킬 수도 있다"며 "튀르키예 중앙은행(25일)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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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다른 나라 간 경쟁 구도로 보면 미국은 톱클래스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의 싸움으로 보면 양상은 달라집니다.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너무나 다르지만 트럼프 지지자들과 중도층은 본인의 체감물가와 주머니 사정이 더 중요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계속해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라"며 미국 경제의 건강을 치적으로 내세울 계획입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5년 전 태평성대와 지금을 거론하며 바이든 대통령을 괴롭히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두 개의 전쟁이 세 개, 네 개, 다섯 개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그걸 수습할 수 있는 본인이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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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바이든 대통령은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정도로 미국 경제가 좋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휘발유 가격은 잡았으니 다음은 집값을 잡으려고 할 지 모르겠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누리는 컨벤션 효과가 끝날 때쯤 본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의 상승세를 꺾기 위해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 지가 자못 궁금해집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