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IT 솔루션'…손떼는 카카오VX

'스코어 입력·카트서비스사업'
업계 1위인 스마트스코어와
기술침해訴 장기화에 부담
카카오 결국 국내 '철수' 결정

경쟁자 사라진 스마트스코어
서비스 이용료 인상설 솔솔
카카오그룹의 스포츠 전문 계열사 카카오VX가 국내 골프장 정보기술(IT) 솔루션 사업에서 손을 뗀다. 법정 공방을 이어온 스마트스코어와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유화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골프장 관제 사업 분야에서 스마트스코어의 독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전 부담으로 작용한 듯

29일 골프장업계에 따르면 카카오VX 측은 최근 골프장 IT 솔루션을 제공하는 고객사를 상대로 계약 연장 불가 방침을 전달했다. 계약이 남아 있는 골프장에는 계약 잔여기간까지만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논의 중이던 신규 계약 건도 모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VX 관계자는 “고객의 스코어 입력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은 맞다”며 “관제사업 분야에 대해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시장에서의 IT 솔루션 사업은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IT 솔루션 사업의 중심을 국내에서 해외로 옮기겠다는 설명이다.

카카오VX가 이번에 철수하는 골프장 IT 솔루션은 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해 골프장의 경기(카트) 운영을 관리하고, 이용자의 스코어를 입력하는 서비스다. 경기 진행이 수월해지고 고객 점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전국 대부분 골프장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2015년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한 스마트스코어가 시장 점유율 1위(약 65%), 2021년 후발 주자로 뛰어든 카카오VX가 약 10%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VX는 스크린골프를 시작으로 IT 솔루션까지 골프산업 전반에 공격적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돌연 IT 솔루션 사업의 국내 철수 등 사업 축소로 방향을 튼 건 카카오그룹 차원의 결정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검찰 조사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무리하게 진출했다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거나 여론이 좋지 않은 사업이 대상이다.

스마트스코어 ‘독주’ 예상

이런 상황에서 ‘손자회사’ 카카오VX의 소송전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마트스코어는 출발이 한참 늦은 카카오VX가 경쟁사의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 중도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대신 내주거나 무상 납품 정책을 펼쳐왔다고 주장해왔다. 여기에 카카오VX가 2021년 4월 출시한 관제 서비스가 자사 솔루션을 그대로 모방했다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스마트스코어는 또 퇴사한 자사 직원이 카카오VX로 이직한 뒤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2년간 관리자 페이지를 577번 무단 접속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VX 측은 일부 직원이 접속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킹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그룹에 대한 여론이 나빠진 상황에서 손자회사의 법정 공방에 대한 안팎의 피로감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골프장 관계자들은 카카오VX의 이탈로 스마트스코어가 골프장 IT 솔루션 시장에서 ‘독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도권 북부 A골프장 관계자는 “카카오VX는 처음에 ‘무상’이나 다름없는 파격적인 정책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이 때문에 스마트스코어도 그에 맞춰 서비스 비용을 낮춘 것이 사실”이라며 “벌써 스마트스코어가 사용료를 올린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조희찬/조수영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