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매몰차게 거절했던 남자가 찾아왔다, 무릎을 꿇고 사랑한다고 했다

[arte] 손태선의 그림과 발레 사이
러시아 발레의 대표작인 '오네긴'
배경에 대하여 방법은 알지만 이유를 모를 때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결심이다”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때가 있었다. 사랑이라는 소품은, 감정이라는 연기로 완성될 수 있다고 믿으며…. 분명 이러한 생각에는 누군가의(특히 어르신)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배경이 깔려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발레극에서는 남녀가 결심이 아니라 감정으로 자연스레 사랑에 빠지곤 한다. 발레는 유럽 궁정과 귀족 사회에서 향유되던 사교 무용이다. 13세기에 이탈리아에서 탄생했지만, 메디치가의 카트린느가 프랑스 왕 앙리2세와 결혼하며 프랑스 궁정에서 더 높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프랑스 대혁명으로 왕실이 붕괴되며 대부분의 무용수들이 러시아로 이동하게 된다. 러시아 역시 서구화를 동경했고, 발레에 대한 후원과 열정이 드높았기에 러시아 발레가 꽃을 피우게 된다. 발레의 배경은 대부분 귀족의 집안, 또는 무도회장인 경우가 많다.

몇 년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동행이 '백야'라는 영화를 보여준 것은 화룡점정 이었다. 영화 백야는 냉전시대의 이야기다. 냉전시기는 1947~1991년 정도인데 40여년 이상이 지난 시기까지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거리는 그 영화 속 그대로였다. 주인공이 도주를 위해 창밖으로 뛰어내려 옆집으로 가고, 골목길로 뛰는 그 골목길과 그 도보로, 건물 등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마치 내가 영화 세트장에 와 있는 것처럼.

러시아 발레의 대표작인 '오네긴'은 백야 보다는 조금 앞선 극이기는 하다. 그러나 오네긴 역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사교적이며 자유분방한 카사노바 오네긴은 숙부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시골로 낙향한다. 젊은 문학가인 렌스키와 친구가 되고, 렌스키의 약혼녀인 올가와 올가의 언니 타티아나와도 대면한다. 타티아나는 오네긴의 새련된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의 편지를 쓰지만, 오네긴은 편지를 찢으며 타티아나를 받아주지 않는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소품 등장, 편지를 찢음으로서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음을 강하게 표현
여기에서 또 하나의 소품 등장, 편지를 찢음으로서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음을 강하게 표현
[그림1] 오네긴을 그리워하는 타티아나
타티아나의 생일날, 파티를 즐기고 춤을 추지만 오네긴은 시골 생활이 지루하다. 시시하다. 장난삼아 타티아나의 동생이자 렌스키의 약혼녀인 올가에게 접근해 춤을 추고, 계속 춘다. 순진한 렌스키는 질투에 눈이 멀어 오네긴에게 결투를 신청하고,결투 당일 오네긴은 렌스키를 총으로 쏴 죽인다.
[사진3]
배경의 앙상한 나뭇가지는 삭막해질 분위기를 암시함
렌스키를 죽인 오네긴은 몇 년을 정처없이 떠돌며 방황하다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돌아와 무도회에 참석해 우연히 타티아나를 만난다. 그녀는 이미 결혼해 그레민 공의 부인이 되어 우아하고 품위있다. 오네긴은 자신에게 그옛날 고백하던 순수한 처녀 타티아나를 떠올리며,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사랑의 편지를 쓴다.

타티아나는 오네긴의 편지를 받고 번민에 빠져 괴로워하는데, 오네긴이 나타나 무릎을 꿇고 사랑을 갈구한다. 오네긴을 사랑하지만 그녀는 결혼한 부인으로서 정절을 지키겠다는 이성적인 선택을 하고 떠난다.
[그림2] 오네긴을 떠나보낸 타티아나
오네긴은 "부끄럽다, 고통스럽다, 잔인하다"를 외친다.

지금 여러분의 프로필 배경 사진에는 어떤 사진이 있는가? 나이가 지긋해지면 대부분 꽃이나 나무 사진이 많아진다.나이가 들면 이런 것들이 좋아지는 이유가 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엷어지면서 자연물에 대한 친화력이 생겨나는 것이다.

지금 여러분은 어디쯤에 와 있는가? 어린가, 젊은가, 나이들어 있는가? 그보다 조금더 중요한 것 한가지, 과거의 결단은 철회할 수 없으나 지금 이후의 결단은 수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