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서 못 먹겠어!" 1조엔의 시장이 된 日오미야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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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동훈의 Digital eXperience아웃룩#1.
일본 여행 시 돌아오는 공항에서 도쿄 바나나, 시로이 고이비토 등 일본의 오미야게(과자 기념품)를 한가득 가지고 계산을 하기위해 줄 서 있는 전 세계 관광객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정 마지막에 가족과 지인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사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구매로 이어지게 하지만, 달콤한 과자의 맛에 더해 일본 특유의 미적 감각과 독특한 스토리가 우리의 구매욕구 뿐만 아니라 소장욕구도 마구마구 불러 일으킨다.
#2.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제주공항에 위치한 제주 파리바게트에서만 살 수 있는 ‘마음샌드’를 구매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거나 줄까지 설 정도로 제주의 기념품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 6만개의 제품(10개 세트 기준으로는 6천개)이 팔린다고 하니, ‘마음샌드’ 제품으로만 연 300억 정도가 팔리는 셈이다. 최근에 스타벅스에서도 현무암 쿠키 샌드를 출시할 정도로, 지역의 특성을 살린 과자 기념품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오미야게(お土産)는 여행지에서 돌아올 때 가족, 친구 그리고 동료들에게 선물을 사가지고 오는 일본의 전통문화로, 여행의 추억으로 자신을 위해 구매하는 기념품(Souvenir)과는 달리 내가 특정 지역을 방문하고 그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기 위한 지역 특산품 선물을 말한다. 특히, 대부분의 오미야게가 낱개로 개별 포장되어 있어 선물로 쉽게 나누기 좋도록 포장되어 있다.
일본의 아이치대학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오미야게 시장 규모는 약 1조엔(약 9조)으로 앞으로도 꾸준한 시장의 성장을 전망했고, 한국의 과자 기념품 시장도 일본과 같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일본 현지 출장을 통해 살펴본 일본의 대표적인 오미야게를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하며, 본 출장을 함께하고 함께 내용을 정리한 디스트릭트의 ‘Hospitality본부’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일본의 전통과 역사를 담고 있는 오미야게>
일본의 오미야게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에도시대(1603~1868)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당시 서민들에게 있어서 이세신궁(伊勢神宮)에 참배를 가는 것은 일생일대의 꿈이었고, 여행이란 곧 참배를 가는 것을 의미했다. 여행에는 돈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합쳐 돈을 모으고, 제비뽑기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여 대신 기원을 부탁하였다. 대표자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참배를 한 뒤 마을 사람들과 여행의 경험을 공유하고 참배를 증명하기 위해 그 지역의 명물을 구매해 돌아왔다. 이러한 전통이 현대까지 발전하고 이어져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이다.
① 야츠하시(八ツ橋)
야츠하시는 교토를 대표하는 센베의 일종으로 근대 쟁곡(筝曲)의 개조라 불리는 야츠하시 켄교를 기리며 그가 사용하는 현악기 ‘고토’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는 것이 이름에 대한 가장 유력한 설이다. 쌀가루, 설탕, 계피를 사용해 만들어졌으며, 시초는 딱딱하게 구운 센베였으나 시대가 흐르면서 굽지 않고 익힌 ‘나마야츠하시’가 고안되었고, 오늘날에는 전통적인 구운 야츠하시 보다 더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교토에서 과자류를 선물로 구입하는 관광객은 96%에 달하는데, 이 중 야츠하시의 매출이 전체 과자류의 45.6%(야츠하시 21.1%, 나마야츠하시 24.5%)를 차지한다. 야츠하시는 교토를 넘어 파리 과자박람회에서 은상을 받은 수상내역도 있을 만큼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 과자인데 최근엔 트렌드에 따라 팥소 외에 초콜릿, 딸기, 바나나 등을 소로 넣는 등 다양한 배리에이션을 보여준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일본의 대표 플랫폼 ‘LINE’에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10대 선호도 1위(65.2%), 20대 선호도 2위(62.4%)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 조사에서도 2위(55.6%)를 차지했다. [야츠하시 24개입] 540엔, [나마 야츠하시 10개입] 680엔② 히요코 만쥬(ひよこ饅頭)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후쿠오카의 유명 제과점에서 1912년 처음 출시하였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만주를 만들고 싶다는 일념으로, 기존의 둥근 형태가 아닌 독특한 모양의 만쥬를 고민할 때 꿈속에서 병아리에 파 묻히는 꿈을 꾸었고, 꿈에서 본 병아리의 모습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한다. 원래는 명란젓과 함께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오미야게였으나, 1964년 개최된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도쿄로 진출해 귀여운 모양이 해외 관광객에게도 주목을 받아 도쿄의 기념품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인기를 계기로 현재는 도쿄와 후쿠오카에서 판매를 하고 있으며, 후쿠오카에서 제조된 병아리의 패키지에는 ‘하카타(지역명)’의 문자를 넣는 등 차별화를 두고 있다.
[히요코 만쥬 5개입] 837엔③ 시로이 코이비토(白い恋人)
홋카이도는 눈이 많이 내려 눈의 왕국으로도 유명하지만 일본 내 최대 낙농지대이기 때문에 낙농왕국으로도 불린다. “눈과 우유”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두 가지 요소를 담아 만들어낸 시로이 코이비토는 LINE에서 실시한 오미야게 설문조사에서 전 연령 선호도 67.6%로 2위인 야츠하시와 12%의 차이를 내며 독보적인 1위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매년 일본 전역의 오미야게 단일 매출에서 오미야게 문화의 기원이 되는 아카후쿠 모찌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시로이 코이비토는 홋카이도 삿포로시의 과자 메이커 ‘이시야 제과’에서 제조 및 판매하는
양과자이다. 프랑스의 전통 과자인 ‘랑드샤(Langue de chat)’를 모티브로 부드러운 식감의
버터 쿠키(랑드샤) 사이에 화이트 초콜릿을 넣어 만들었다. 여기에 하얀색과 하늘색을 기조로 한 디자인과 홋카이도 ‘리시리도(利尻島)’라는 섬에 위치한 리시리 산(山)의 사진을 담았다. 이름의 유래는 어느 해 창업자가 스키를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 내리는 눈을 보며, “흰 연인들이 내린다”라고 아무렇지 않게 중얼거린 말에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고 한다.
상품의 색이 하얀 것이 홋카이도의 설경을 연상시키고, 홋카이도 내 한정판매로 시작한 것이
적절히 작용하여 출장 또는 여행 시 꼭 사와야 하는 기념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시로이 코이비토 9개입] 712엔
<감성의 시대 그리고 새로운 오미야게 트렌드>
상품의 브랜딩은 사람에 비유하자면 패션과 같다. 시대에 따라 미의 기준이 변화해 온 것과 같이 과거에는 다소 전통적인 패키징으로 역사와 맛을 강조했다면, 지금은 상자, 포장, 봉투 그리고 스토리까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함이 강조되는 시대이다.내용물을 다 먹은 뒤에 쓰레기통으로 가는 단순한 과자 상자가 아닌 추억을 간직하기 위한 보물상자로 보관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야말로 현대인의 감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진정한
기념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④ 도쿄 바나나(東京ばな奈)
도쿄 바나나는 일본인뿐만 아니라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도 굉장히 인기가 많은 상품이다.
사실 도쿄와 바나나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왜 도쿄 바나나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도 사실이지만, 막상 알고 보는 이유는 굉장히 단순하다. 도쿄에 위치한 회사가 도쿄를 위한 기념품을 만들기 위해 기획을 하였고, 대중들이 바나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도쿄 바나나가 되었다. 수도의 특성상 “특산품” 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지만 화려하고 다양한 문화가 집결된 도쿄의 특징을 잘 살린 셈이다. 지금까지 전통과 특산물에 초점을 둔 여타 오미야게와는 다르게 브랜딩으로 성공을 하며 오미야게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왔다.
도쿄 바나나는 도쿄의 제과회사 ‘그레이프 스톤’과 제조사 ‘마스닥’이 협업하여 탄생시킨 브랜드로 1991년에 출시되어, 30년이 더 지난 현재까지도 전혀 촌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아 당시에는 얼마나 파격적이었는지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눈길을 끄는 노란색 디자인과 더불어 바나나의 마지막 글자를 “奈”라는 한자를 활용해 일본어로 표현했을 때 귀여운 사람의 이름 같은 인상을 주었다. 또한, “도쿄 선물(미야게)에 도쿄 바나나” 라는 도쿄가 반복되어 입에 붙는 프레이즈로 도쿄에 오면 필수로 구매해야 하는 선물로 자리를 잡았다. 브랜딩에 초점을 둔 상품인 만큼 다양한 캐릭터와의 콜라보레이션도 도쿄 바나나를 구입할 때 흥미를 불러오는 요소이다. 지금까지 콜라보레이션을 한 캐릭터만 해도 도라에몽, 미키마우스, 미니언, 헬로키티 등 다양하고 최근에는 포켓몬과 캐릭터 콜라보레이션을 하여 또 한 번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도쿄 바나나 4개입] 626엔 ⑤ 쿠루밋코(クルミッ子)
베니야는 약 70년의 역사를 가진 카마쿠라 지역의 과자점이다. 쿠루밋코 또한 원래 35년 전에 만들어진 과자이며, 스위스의 전통 카라멜 호두 파이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지역의 특징을 살려 카마쿠라막부의 디자인을 패키징으로 채택하고 전통성을 강조하였는데 훌륭한 맛에도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던 쿠루밋코는 2008년, 대를 이어 아들이 가게를 이어 받으며 새로운 브랜딩으로 재탄생했다.
카마쿠라 지역에는 야생의 다람쥐가 많고 “호두=다람쥐”라는 지역의 이미지가 있어 다람쥐 일러스트를 채택하였고 이는 큰 인기를 끌어 기존에 50~70대 중심의 고객층에서 이제는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상품이 되었다. 현재는 도쿄 내 여러 지역에 출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여러 과자 박람회에서 우승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피에르 에르메와 같은 세계적인 과자 브랜드와도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쿠루밋코 틴 케이스 10개입] 2,160엔⑥ 뉴욕 카라멜 샌드(New York Caramel Sand)
10년이 넘는 연구 끝에 탄생한 New York Caramel Sand(NYC Sand)는 New York의 세련된 이미지를 도입해 만든 카라멜 샌드형 비스킷으로 8개 레이어가 주는 독특한 식감이 인상적이다.
도쿄역 내 다이마루 백화점에서만 판매를 하는데, 그 인기가 대단하여 수많은 오미야게 매장이 늘어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밖까지 구매를 위한 대기 줄이 이어진다.
[NYC Sand 4개입] 648엔⑦ 써니 힐스(SunnyHills)
본래 대만의 명물인 파인애플 케이크 ‘펑리수’를 판매하는 브랜드이지만 일본 도쿄 아오야마에 가면 일본식으로 재해석한 플래그쉽 스토어가 있다. 1층에선 대표 상품인 펑리수를 포함해 3가지의 라인업을 판매하며, 상품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위층에서 차와 디저트의 페어링을 무료로 제공한다.
스토어는 일본 최고의 건축가 중 한 명이면서 “와(和)의 대가”로 알려진 “쿠마 켄고(隈研吾)”가 건축하였는데, 쿠마 켄고 특유의 목재를 활용한 시그니처 디자인이 마치 파인애플의 모양을 연상 시킨다. 건축물 내부에도 외부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목재를 활용한 패턴이 이어진다. 콘크리트와 나무 그리고 식물의 조화가 돋보인다.
[파인애플/애플 케익 5개입] 1,850엔, [바나나 케익 8개입] 2,80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