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이 정해진 사랑은 이별보다 슬프다…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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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이젠 안녕, 캐시”
남자의 시간은 만남부터 이별의 순서로 흐르지만
여자의 시간은 이별부터 만남의 순간까지 거슬러 진행
행복했던 시절은 단 순간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 돋보여
“내일 또 봐, 안녕”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의 마지막 장면. 두 연인 캐시와 제이미는 정반대의 인사를 건넨다. 똑같은 “안녕”이지만 하지만 한 명은 작별을 고하고, 다른 한 명은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소설가 제이미와 배우 캐시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헤어지기까지 5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은 사랑과 이별의 과정을 독특한 전개로 풀어낸다. 제이미와 캐시의 시간은 정반대로 흐른다. 캐시의 이야기는 이별하는 순간부터 시작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반대로 제이미의 이야기는 사랑이 시작한 순간부터 시간 순서대로 이어진다. 제이미와 캐시가 번갈아 가며 무대로 나와 사랑이 이별로 이어지는 단계를 하나하나 밟는다.엇갈린 그들의 시간은 점점 가까워지다가 사랑의 정점에서 교차한다. 지금까지 서로 등을 보이던 둘은 처음으로 함께 무대에 오른다. 두 연인은 얼굴을 마주 보고 손을 잡고 함께하는 미래를 노래한다. 제이미가 캐시에게 청혼하고 캐시가 객석에 부케를 던지면서 찰나의 행복했던 시간이 끝난다.이내 다시 두 남녀의 시간은 갈린다. 캐시는 제이미를 향한 사랑을 꽃피운 순간에 가까워질 동안 제이미는 이 둘의 관계에 지쳐간다. 마지막에는 둘이 동시에 “안녕”이라고 인사하며 작품은 막을 내린다.
서로의 사랑이 역행하는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 명이 슬픔의 눈물을 흘리면 다른 한 명은 설렘에 몸부림치면서 사랑과 이별의 대비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두 연인이 함께 행복한 순간은 단 한 장면뿐이다. 이 시간마저도 이 사랑의 결말을 목격한 관객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무대 뒤에서 연주되는 음악도 매력적이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두 개, 베이스, 기타로 만들어내는 선율이 소박하지만 섬세하게 극장을 채운다. 사랑과 절망의 장면이 번갈아 가며 나올 때마다 분위기를 반전시켜 몰입도를 높여줬다.제이미 역을 맡은 배우 이충주와 캐시 역을 배우 박지연의 연기도 돋보인다. 이 작품은 모든 대사를 노래로 표현하는 싱스루 뮤지컬이다. 90분 내내 노래와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사랑부터 이별까지의 감정을 호소력 있게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혼자 무대에 올라도 뛰어난 가창력과 꽉 찬 감정 묘사 덕분에 허전하지 않았다.
두 남녀의 시간을 엇갈리게 해 사랑의 과정을 솔직하게 묘사한 매력적인 작품이다. 사랑과 이별의 과정에 이입하다 보면 인터미션 없이도 90분의 런닝 타임이 빠르게 지나간다. 공연은 4월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