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화가] 에르메스도 반한 '식물의 작가' 히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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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정녕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업뿐인가….” 유이치 히라코는 일본 규슈의 작은 어촌마을에서 태어났다. 집안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아버지를 잃었다. 물고기를 잡아야 할 처지였지만 그는 고기잡이배를 타는 대신 빚을 얻어 영국행 비행기를 탔다. 화가가 되고 싶어서였다.
런던에서 히라코는 사색을 즐겼다. 새소리를 듣고, 호수의 물결을 바라보며 작은 고향마을 오카야마를 떠올렸다. 함께 작업하던 대학 친구들과 머리를 식히기 위해 하이드파크를 걷던 어느 날. 그의 옆을 거닐던 한 친구가 말했다. “와, 런던의 자연은 정말 아름답다니까!” 이 말을 듣고 그는 눈이 번쩍 뜨였다. “이게 자연인가? 모두 인간이 꾸민 것인데.” 히라코는 바람이 깎고 파도가 빚어낸 자연만이 진짜 자연이라고 생각했다. 식물의 생태계를 망치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작품으로 전달했다. 그렇게 그는 ‘식물의 작가’가 됐다.그의 특별한 고집은 해외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홍콩 에르메스재단에서 그와 함께한 컬래버레이션 작업과 런던 프리즈에 선보인 대문짝만 한 조각 작품은 숱한 화제를 몰고 왔다. 히라코는 지난해 12월부터 한국 관객을 만나고 있다. 다음달 4일까지 서울 강서구 마곡동 스페이스K에서 열리는 개인전 ‘여행’에서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