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돈 번다" 환호…투자금 몰려드는 '이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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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택저당증권(MBS)에 투자 몰린다글로벌 투자운용사들의 자금이 미국 주택저당증권(MBS)에 쏠리고 있다. 미국 노동시장이 견조하고 주택 가격이 올라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는 적은 반면 연 6%대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어서다.
집값 늘고 실업률 낮아…디폴트 리스크 낮고
제로금리 때 대출받아 '조기상환' 위험 작아
MBS 비중 높았던 SVB 파산에 Fed는 비중 축소
양적 긴축까지 나서며 MBS 수익률은 상승
2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블랙록, 모닝스타, 캐피탈그룹 투자운용사들은 포트폴리오에서 MBS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웨이 리 블랙록 글로벌 최고 투자전략가는 "MBS는 지난해 투자등급 회사채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올해 회사는 MBS 비중을 늘리고 투자등급 회사채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닝스타는 핵심 채권 펀드의 포트폴리오 약 25%를 MBS로 구성했다. 캐피탈그룹의 프라모드 아툴리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올해 에어전시 MBS 총 수익률을 7%대 중반으로 전망하며 "하방 위험은 훨씬 적고, 유동성은 더 풍부하며 회복력이 좋으면서도 (투자등급 회사채와) 비슷한 상승 여력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운용하는 펀드오브아메리카(ABNFX) 펀드는 MBS와 회사채 비중을 각각 40%, 30%로 유지하고 있다.
MBS는 금융기관이 주택을 담보로 내준 20~30년 만기 장기대출을 유동화해 발행한 증권을 말한다. 채무자가 갚는 원리금을 통해 현금 흐름을 창출한다. 이 중에서도 주택대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부후원기업(GSE) 패니메이, 프레디맥 등의 보증을 받은 MBS를 에이전시 MBS라고 한다. 일반 MBS보다 신용도가 더 높은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MBS가 우량상품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높은 안정성에 있다. 마이클 케슬러 알비온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실업률이 낮고 주택 가치 상승으로 주택 자산이 늘어난 소유주 덕분에 모기지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채무자들의 직장이 안정되고 집값도 오른만큼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얘기다. 미국 실업률은 2022년 3월부터 3%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도 지난해 2월 이후 상승세다. MBS 특유의 위험 요인인 '조기상환' 리스크도 크지 않다는 평가다. 금리 하락기에는 채무자가 기존 대출을 일찍 갚고 금리가 더 낮은 대출로 갈아타게 되는데, 이 경우 MBS에도 조기 상환이 이뤄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국채를 추가 매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줄어든 자산 듀레이션을 다시 늘려야하는 부담이 있다.
제이슨 스미스 누버거버먼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러한 조기상환 위험이 "사상 최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채무자들이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이었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조기상환했을 때 이점이 없다는 이유다.
미 국채 대비 높은 수익률도 운용사들이 MBS에 매료된 이유 중 하나다. 모기지뉴스데일리에 따르면 이날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연 6.87%다. 지난해 10월 20년만에 사상 최고치인 7.91%를 기록한 뒤 1%포인트 가량 내려왔다. 30년 고정모기지금리와 미 10년물 국채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는 1.4%포인트에 달한다. 스프레드가 벌어진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과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MBS 비중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MBS는 SVB가 파산한 대표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SVB는 팬데믹 당시 늘어난 유동자산을 대부분 장기채권에 투자했는데, 지난해 급격히 오르자 채권 가격은 하락했고 미실현손실의 증가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로 이어졌다. 당시 SVB 투자자산 약 1200억달러(160조5000억원) 중 75.8%에 해당하는 910억달러가 MBS에 투자됐다.
Fed가 지난해 양적 긴축에 들어가면서 만기가 도래한 MBS를 연장하지 않은 것도 MBS 수익률이 오른 배경이다. 채권 수요가 줄면 가격은 내리고 수익률은 상승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