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2016년 이후 최악의 출발…당국, 위안화 방어 나서

항셍지수 이달에 12%↓…부동산 위기, 성장둔화 등으로 투자 냉각
해외 펀드 올 들어 중국 증시서 2조1천억원 매각
올해 중국 증시가 8년 만에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다고 미국 CNN방송이 2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본토 기업들이 다수 포함된 홍콩 항셍지수는 이날 2.3% 하락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항셍지수는 이달에만 12% 넘게 빠졌는데, 작년 전체 하락 폭과 비슷해졌다.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도 같은 날 2.7% 내려가 작년 4월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을 보였다. 기술주 중심의 선전성분지수도 약 2년 만에 최악의 하루를 겪었다.

이는 중국 증시 폭락 사태 당시인 2016년 이후 연초 기준으로 최악의 성적표다.

최근 몇 달간의 부동산 위기와 성장 둔화, 일부 산업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투자 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됐다. 또 지난주 발표된 통계는 중국의 인구가 줄면서 고령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연설한 리창(李强) 총리는 아무런 부양책도 내놓지 않아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키웠다.

미즈호은행의 켄 청 아시아 외환 수석 전략가는 투자보고서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에 대한 위험 노출을 계속해서 줄이고 있고 중국 내 산업 환경에 대한 기대 또한 약하다"고 분석했다. 청 전략가는 "중국 정부는 아직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회복을 촉진할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이날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5개월 연속 동결한 점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렸다면 개인과 기업이 대출받거나 이자를 지불하는 데 드는 비용이 낮아져 경제 활동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작년 경제 성장률은 5.2%를 기록해 5% 안팎이라는 정부의 목표치에는 부합했지만, 30여년 만에 가장 낮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는 4.2%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증시의 부진은 호조를 이어가는 미국과 유럽, 일본과 크게 대비된다.

작년에 24% 오른 미국 S&P500지수는 올해 들어서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유럽도 지난해 약 13% 상승했다.

작년 28% 뛴 일본 닛케이지수 역시 이달 들어 10% 가까운 오름세를 나타냈다.

중국은 증시가 추락하자 위안화 방어에 나섰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관련 문제에 대해 잘 아는 소식통 4명은 중국 대형 국영은행들이 이날 역내에서 미국 달러화를 적극적으로 매도하는 가운데 역외 외환시장에서는 유동성을 줄이며 위안화 지지에 나섰다고 말했다.

목표는 중국 A주 시장이 대폭 빠지자 위안화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한 것이다.

투자은행 나타시스의 게리 응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를 안정시키고 증시에서 부정적 투자 심리에 대응하기 위한 명확한 정책 신호"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해외 펀드들은 중국 증시에서 약 16억달러(약 2조1천40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