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열차 같이 탑시다" 韓 "대통령 존중"…일단 갈등 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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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이틀만에 유화 제스처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났다. 지난 21일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의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한 지 이틀 만이다. 이날 만남으로 격화되던 양측 갈등은 일단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다만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 김경율 비대위원 거취 등과 관련된 이견이 여전해 불씨는 남아 있다.
서천 화재현장서 만나 복구 논의
김건희 명품백 의혹 견해차 여전
갈등 불씨된 김경율 거취도 관건
일각 "만남에 의미 부여 말아야"
韓 “尹과 민생 지원 관련 얘기 나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서천 시장 방문은 갑작스레 결정됐다. 시장에선 전날 밤 11시께 화재가 발생해 점포 227개가 불에 탔다. 한 위원장이 먼저 23일 오전 예정됐던 당직자 격려 방문을 취소하고 서천행을 결정했고, 이어 대통령실에서도 관련 일정을 공지했다.오후 1시께 현장에 도착한 한 위원장은 30분가량 차 안에서 대기했다. 윤 대통령 도착과 함께 밖으로 나온 한 위원장은 허리를 크게 숙여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악수한 뒤 어깨를 가볍게 쳐 친근감을 나타냈다. 나란히 화재 사고 브리핑을 들은 두 사람은 현장도 함께 돌아봤다. 이후 윤 대통령의 제안으로 전용열차에 나란히 앉아 서울로 올라왔다. 한 위원장이 “열차에 제 자리 있습니까”라고 묻자, 윤 대통령은 “어, 같이 올라가자”고 답했다.서울역에서 기자들과 만난 한 위원장은 “대통령님에 대한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변함이 전혀 없다”며 “대통령이나 저나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이 나라를 잘되게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그거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해서는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서로 잘 나눴다”고 전했다.
이날 만남은 “더 이상의 갈등 확대는 막아야 한다”는 기류가 여권 내에서 빠르게 번져 성사됐다. 대통령실에서는 전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후배”라는 한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평가가 외부에 공개되는 등 유화론이 확대됐다. 양측의 갈등이 총선 패배와 국정 운영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이날 친윤(친윤석열)계도 한 위원장에 대한 공격을 자제했다. 21일 한 위원장에 대한 공격에 앞장섰던 이용 의원은 23일로 계획했던 ‘현안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도 KBS 라디오에 나가 “분위기로 볼 때 소통 과정에 조금씩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오해는 금방 풀리고 국민과 당원을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잘 수습되고 봉합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해소되지 않은 갈등 요인
다만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만남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여권 한 관계자는 “재난 앞에선 정파도, 이견도 중요치 않다는 차원에서 만남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나란히 앉은 열차칸에는 국무위원과 의원들도 동승해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갈등설과 관련된 질문에 한 위원장은 “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라며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갈등의 근본 원인인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과 관련한 양측의 견해차는 여전하다. 대통령실이 비대위원장직 사퇴 요구의 이유로 내걸었던 공천 관련 불협화음도 계속 나오고 있다. 한 위원장은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계획 발표는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당 지도부와 협의를 거친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친윤계와 중진 의원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여권 한 고위 관계자는 “지도부 사이에 구두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시스템에 의한 공정’과는 거리가 있다”며 “‘특권 공천’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으려면 절차적 민주주의를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친윤계를 중심으로 김 비대위원의 비대위원직 사퇴나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노경목/도병욱/정소람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