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사야 해" 5억 대박 터졌다…'슬램덩크' 출판사의 변신 [이미경의 옹기중기]

황민호 대원씨아이 대표 인터뷰

발행 부수 100분의 1로 줄었지만
출판사 대원씨아이의 변신
"만화출판업, 쇠퇴 업종 아냐"

웹툰으로 온라인 전환 성공

2022년 자회사 해담이엔티 설립
'1물 N가' 사업모델 확장
"만화출판업이 사양산업이라고요? 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한강로 대원씨아이 본사에서 만난 황민호 대표(62)는 단호하게 말했다. 최근 회사의 종이 만화책 발행 부수는 90년대 초반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회사 규모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황 대표는 "'만화출판업은 위기'라는 게 없는 말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산업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결코 쇠퇴하는 업종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웹툰 등 온라인 콘텐츠 강화

자신감은 대원씨아이의 실적에서 비롯됐다. 코스닥 상장사 대원미디어의 계열사인 대원씨아이는 만화책 슬램덩크를 한국에서 출판한 것으로 유명하다. 황 대표가 이끌고 있는 대원씨아이의 2022년 매출은 480억원으로 전년(365억원) 대비 31.5%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62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원씨아이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발 빠른 온라인 전환이다. 1992년 회사 설립 당시에는 종이 만화책 판매가 회사 매출 비중의 100%를 차지했다. 2019년 웹툰을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온·오프라인으로 본격 다각화했다. 2022년에는 온라인 콘텐츠 비중이 전체 매출의 53%를 차지하면서 처음으로 오프라인 콘텐츠 비중을 넘어섰다.
황민호 대원씨아이 대표가 회사 CI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미경 기자
황 대표는 대원씨아이 웹툰의 성공 이유에 대해 '꾸준함'을 꼽았다. 그는 "대원씨아이 웹툰 가운데 히트작은 없다"고 냉정하게 평가하며 "그런데도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이유는 일정한 품질의 웹툰을 꾸준히 업로드하고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30년 넘게 종이 만화책을 만든 회사의 DNA가 강점이 됐다"며 "일반적인 웹툰에 비해 구성이나 품질이 좋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대원씨아이가 새로 선보인 웹툰 수는 2021년 26편, 2022년 32편, 2023년 44편으로 꾸준히 늘었다.황 대표가 꼽은 성공의 비결인 '꾸준함'은 최근 오프라인 사업 영역에서도 빛을 발했다. 지난해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하면서 슬램덩크 단행본이 100만 부 이상 판매되는 등 호재를 맞았던 상황에 대해 그는 "꾸준한 관리가 있기 때문에 맞이할 수 있었던 기회"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슬램덩크는 1996년 일본에서 연재가 끝난 작품"이라며 "대원씨아이는 슬램덩크를 새로운 판형으로 출판하면서 '현재진행형의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꾸준히 새로운 새로운 판형을 만들며 관련 매출을 이어간 덕에 일본 원작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의미다.

"1물 N가 실현해야"…카페 사업도 확장 예정

황 대표가 대원씨아이를 경영하면서 염두에 두는 사업모델은 '1물 N가'다. 그는 "콘텐츠는 하나여도 다양한 가치를 가진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굿즈가 1물 N가의 실현수단이 될 수 있다"며 굿즈 결합 상품 펀딩 사례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신카이 마코토 작가의 책에 포스터, 무드등, 마우스패드 등 다양한 굿즈를 결합해 판매했다"며 "원작 콘텐츠는 하나지만 다양한 굿즈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여러 번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품은 2주 동안 5억원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대원씨아이는 2022년 설립한 자회사 해담이엔티를 통해 1물 N가 모델을 확장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황 대표는 "'바닷물과 민물'이라는 해담의 뜻처럼 디지털과 오프라인 사업 영역을 함께 확장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해담이엔티는 서울 홍대 인근에서 만화와 굿즈를 결합한 공간인 비온아넥스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오는 3월 중엔 카페 2호점도 열 예정이다. 황 대표는 "출판사가 책만 팔던 시대는 지났다"며 "대원씨아이는 출판사가 아닌 한국 최대의 콘텐츠 전문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