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에서 연습 때만큼 기량이 발휘되지 않는다면? 뇌과학으로 풀어본 ‘맥락’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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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게스“제게 누군가 ‘뇌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한마디로 말해주세요’라고 요청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뇌는 맥락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정보를 처리합니다’라고 답할 것입니다.”
이인아 지음
21세기북스
268쪽|1만9800원
<퍼펙트 게스>를 쓴 이인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는 데에는 ‘맥락’이 중요하며, 맥락을 처리하는 가장 중요한 뇌 부위는 ‘해마’라는 것이다. 이는 그의 주요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유타대에서 신경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습과 기억에 관한 뇌 활동의 메커니즘을 연구해 온 학자다. 뇌가 맥락 정보를 활용하는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다. 바깥세상은 너무나 복잡하다. 불확실성도 크다. 시각, 청각, 미각 등 감각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맥락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런 허약한 존재(인간)가 모든 생명체의 위계에서 가장 상위에 존재하는 이유는 맥락적 정보처리 능력이 가장 뛰어나고 매우 복잡한 맥락도 효과적으로 학습하고 활용할 수 있는 뇌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연습을 실전처럼 해야 하는 이유도 맥락에 있다”고 말한다. 학습했던 내용을 다시 기억 속에서 꺼낼 때 맥락 정보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스포츠 선수나 음악 연주가들은 평소 연습하던 장소와 다른 곳에서 제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게 그런 예다. 한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이 일부러 어수선한 환경에서 연습하는 것도 맥락이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맥락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이 지점이 이 책의 약점이다. 대체로 내용이 새롭지도, 흥미롭지도 않다. 뇌, 해마 등을 거론하며 과학적인 설명을 하는 듯싶지만 ‘과학적’으로 깊게 설명하는 것도 아니다. 좋은 대중 과학서라고 보기 어렵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