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3만9000달러 붕괴…투자자 42% "몇년 내 사라질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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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4만8000달러 돌파 후 하락세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후 한때 4만8000달러를 찍었던 비트코인 가격이 23일(현지시간) 3만90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ETF 출시로 외부 자금이 비트코인에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가격을 밀어올렸으나, 실제로는 비트코인 시장 내에서만 자금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물ETF 승인에 '외부 유입' 기대했으나
그레이스케일→타 펀드 이동이 대부분
투자자 1/3 이상 "연말 2만달러 이하" 전망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한때 3만8573달러에 거래됐다. 3만9000달러선이 깨진 것은 12월 초 이후 7주만이다. 비트코인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현물 ETF 출시를 승인한 다음날인 지난 12일 4만8000달러를 돌파했다. 현물 ETF가 비트코인 투자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다. 암호화폐 투자 그룹 코인셰어즈에 따르면 23일까지 출시된 10개 신규펀드는 총 47억달러(약 6조3000억원)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이 자금의 대부분이 지난 10년 간 그레이스케일이 운영하던 비트코인투자신탁(GBTC)에서 옮겨왔을 뿐 외부 유입분은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그레이스케일은 현물 ETF 승인 전까지 GBTC를 통해 기관 투자자 대신 비트코인을 매입해왔다. 이러한 GBTC는 신탁형 상품인 만큼 비트코인에 비해 할인된 가격에 거래됐는데, 현물 ETF로 전환한 뒤 제 가격을 찾으며 매도 물량이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GBTC에서 뺀 자금을 다른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하고 있다. 수수료 차이 때문이다. 블랙록의 현물 ETF 수수료는 투자금액의 0.25%, 아크인베스트먼트는 0.21%다. 그레이스케일은 지난 9일 수수료를 2.0%에서 1.5%로 낮춘 뒤 이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클 소넨샤인 그레이스케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8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GBTC 운용 수수료를 1.5%로 책정한 것은 기업 규모와 유동성, 실적 등을 고려했을 때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했다.
그레이스케일 GBTC에서 이날까지 유출된 자금은 34억달러(약 4조5500억원)로 추정된다. 암호화폐 전문 투자회사 XBTO의 더글라스 코민 수석 암호화폐 옵션 트레이더는 "대부분의 (비트코인 현물 ETF) 유입 자금은 신규 자금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그레이스케일에서 다른 ETF오 이동한 것일 뿐"이라며 "시장이 원했던 것만큼 빨리 (비트코인 강세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도이체방크가 이날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유럽·영국 개인 투자자 3분의1 이상은 비트코인 가격이 연말까지 2만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자 약 15%는 4만~7만5000달러 사이로 전망했다. 응답자의 39%는 비트코인이 향후 몇년 간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42%는 사라진다고 예상했다. 조사는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3개국 개인투자자 2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마리온 라부어 도이체방크 분석가는 "설문조사 결과는 소비자의 3분의2가 디지털 자산에 대해 거의 또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라며 "이러한 부정적 정서는 2022년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붕괴와 바이낸스, 코인베이스에 대한 SEC 소송 등과 관련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라부어 분석가는 1월 비트코인 가격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오는 4월 비트코인 반감기 등이 암호화폐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