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시가총액, 3년간 '8천조원 증발'…영국 GPD 2배

중국 개미 2억2천만명…증시 폭락에 SNS상 불만 폭발
당국, 뒤늦게 428조원 투입 등 증시 부양책 검토
중국 증시가 장기 하락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지난 3년간 중국 본토와 홍콩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이 6조달러(약 8천16조원)에 달한다고 미국 CNN방송이 2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영국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2021년 2월부터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중국 증시는 새해 들어서는 증시 폭락 사태 때인 2016년 이후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다.

중국 본토 기업들이 다수 포함된 홍콩 항셍지수는 이달 들어 최근까지 10% 떨어졌고,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도 각각 약 7%와 10% 내려갔다. 항셍지수는 1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중국 대표 주가지수인 CSI300 지수 또한 최근 5년 내 가장 낮았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22일 투자보고서에서 "의심의 여지 없이 지난 3년간은 중국 증시 투자자들과 시장 참여자들에게 도전적이고 좌절감을 주는 기간이었다"고 지적했다.

주가 하락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 부채 문제, 출산율 감소, 줄어드는 노동 인구, 이념을 앞세운 정부의 사기업 제재와 외국회사들의 이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중국 정부가 증시 추세를 되돌린 정도의 경제 부양책을 내놓지 않자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중국인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중국판 엑스(X·옛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증시 급락', '중국 증시 구제안' 등이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다.

민족주의 성향의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장조차 22일 웨이보에 "오늘 증시 상황이 안타깝다"고 썼다. 이날 상하이지수는 2.7% 급락했고 항셍지수는 2.3% 내린 채 장을 마쳤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개인투자자는 2억2천만명이 넘어 전체 투자자의 99%를 차지한다.

위기감을 느낀 중국 정부는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당국이 위안화를 방어하기 위해 국유 은행들에 달러화를 팔라고 요구했으며, 증시 부양을 위해 2조3천억위안(약 428조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에 앞서 리창(李强) 총리는 증시 안정화를 위한 강력하고 효과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