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 미일만 중국 중간재 수입비중 축소…디커플링 확인"

힌리치 재단 보고서 "대중 중간재 수출, 한국 줄고 대만은 늘어"
미국과 일본이 최근 4년간 중국과의 무역 과정에서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을 현실화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4일 글로벌 무역 연구기관인 힌리치 재단은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탈세계화의 신화: 아시아의 공급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2018년과 2022년 4년 사이에 발생한 중국과 주요국 간의 중간재 무역규모의 변동을 추적해 이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중간재는 가공생산품 가운데 생산과정에서 투입되는 재화로 이를 추적하면 디커플링 여부를 비롯한 공급망 변동과 국가 간 무역 의존도를 분석할 수 있다.

연구진들은 우선 미국과 독일, 일본, 인도, 멕시코, 영국, 브라질, 호주, 캐나다 등 9개국을 대상으로 2018년과 2022년 사이에 중간재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한 결과 미국·일본 2개국만이 감소세를 보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의 경우 2018년에는 18.5%였던 중국 비중이 2022년 14.1%로 감소했고, 일본도 26%(2018년)에서 24.5%(2022년)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은 2023년 상반기 중국 비중은 11.4%까지 떨어졌다.

나머지 7개국은 독일과 영국이 각각 4.8%포인트 늘어나는 등 증가했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미국, 일본과 대조를 이뤘다. 미국이 2018년 중국과 대규모 무역분쟁을 치른 이후 중국을 겨냥해 본격적인 디커플링을 추진하고 이에 일본도 적극 동참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주요국들로부터 수입한 중간재 비중 통계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중국의 15대 중간재 무역파트너 가운데 미국 비중은 2018년 8.4%에서 2022년 7.5%로 줄었고, 일본 역시 10.8%(2018년)에서 8.6%(2022년)로 감소했다. 중국의 중간재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12.7%에서 4년 뒤 10.0%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되는 것은 대만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 비중은 12.2%(2018년)에서 14.0%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지정학적인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대만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세계적으로 반도체 60%를 공급하는 대만으로부터 첨단 반도체 제품의 수입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태평양 국가의 중간재 수출 비중에서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과반(54.8%)을 넘었지만 4년 전(59.4%)에 비해 그 비중은 축소됐다고 지적하면서 아세안 회원국 등 신흥 국가들이 새로운 공급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아시아의 공급망 지형은 앞으로도 여러 요인으로 변화될 것"이라면서 미중관계의 긴장, 대만해협의 정세, 다국적 기업의 공급망 재배치 등 각종 요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