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광고 늘어나나…6.7조 쏟아부은 넷플릭스, '신호탄' 쐈다

레슬링 중계 발들인 넷플릭스, 6조7000억 쓰는 이유는

WWE와 계약...10년간 '로' 독점 중계권 확보
넷플릭스 누적 가입자 수 2억6080만명...기대 웃돌아
광고 구독 상품 인기에 스포츠 중계 매력 커져
사진=연합뉴스
넷플릭스가 미국 프로레슬링 콘텐츠에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를 쏟기로 했다. 광고 유치가 쉬운 스포츠 중계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사업에 힘을 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3일(현지시간) 넷플릭스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WWE와 계약을 맺고 내년 1월부터 10년간 프로레슬링 프로그램인 ‘RAW’를 미국, 캐나다, 영국, 남미 등에서 독점 중계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중계권 계약 규모는 최소 50억달러다. 넷플릭스는 중계 5년차 이후 계약을 종료하거나 10년을 추가 연장할 수 있는 권한도 갖는다.1993년 방영을 시작한 RAW는 프로레슬링을 활용한 TV 콘텐츠를 매주 3시간씩 공급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스포츠 장기 중계권을 확보한 건 이번이 최초다.
WWE와 넷플릭스의 CI. 넷플릭스 제공
OTT 업계에선 이번 계약이 넷플릭스의 스포츠 중계 시장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는 그간 중계 대신 다큐멘터리 형태로 스포츠 콘텐츠를 공급해왔다. 하지만 광고 시청과 결합한 저가 구독 상품이 흥행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4분기 넷플릭스의 누적 가입자 수는 2억6080만명으로 월가 추정치였던 2억5600만명을 웃돌았다. 이 시기 신규 가입자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광고 결합 상품이 흥행한 덕을 봤다. 스포츠 중계 영상은 광고를 넣을 틈을 만들기가 쉬울 뿐 아니라 중간광고가 시청 흐름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 콘텐츠로 꼽힌다.

넷플릭스가 다른 스포츠 중계권에 투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SPN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확보한 미국 프로농구(NBA) 중계권도 2025년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어 다음 중계권자를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스포츠 중계를 하지 않았던) 스포츠 전략이 바뀌진 않았다”면서도 “로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로 우리 스포츠 사업에 딱 들어맞는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쿠팡이 스포츠 중계로 빠르게 OTT 시장 입지를 다지고 있다. 쿠팡은 자동차 경주대회인 ‘F1’, 미식축구 리그(NFL),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NHL) 등 해외 인기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한 데 이어 미국 프로야구(MLB)의 서울 투어 경기 중계도 앞두고 있다. 축구 대회인 아시안컵도 중계 중이다. 공격적인 중계권 확보에 힘입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도 급증했다. 앱 시장 분석 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쿠팡의 OTT 플랫폼인 쿠팡플레이의 지난달 MAU는 665만명을 기록했다. 전월보다 157만명 늘며 국산 OTT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