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데 끌리나요…사회생활이 피곤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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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6
카이토 이츠키 개인전
혈관과 배설물 등 기이한 소재로
불편하고 억압적 분위기 나지만
세계 각지에서 개인전 열며 인기
"인간이 사회에서 살아내기 위해
스스로를 옭아매는 모습들 표현"
![일본 작가 카이토 이츠키가 자신의 작품 ‘다섯마리 새와 있는 노란 마스크’(왼쪽)와 ‘뒤집힌 순환’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갤러리밈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AA.35660042.1.jpg)
그런데도 미술 애호가들과 미술계는 그의 작품에 환호한다. 20대 중반부터 일본 미술 전문 매체들의 ‘주목할 만한 작가’ 목록에 단골로 이름을 올려온 카이토는 지난 몇 년 새 한·중·일과 영국, 스위스 등지에서 총 10여 차례의 개인전을 열며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5월에는 중국 유명 현대미술관과 대규모 특별전 개최를 조율 중이다.
○아시아·유럽 등에서 10여 차례 개인전
![카이토의 작품 '벨트들과 배'를 이용한 포스터 이미지.](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01.35645986.1.jpg)
“그래요? 저는 제 그림이 귀엽다고 생각하는데요.” 카이토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 작품의 주제는 ‘인간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옭아매는 모습’입니다. 제 그림이 왠지 마음에 든다면, 보는 사람 역시 ‘사회생활’에 피곤함을 느끼고 있어서가 아닐까요.”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카이토는 중·고교 시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난 성격 때문이라거나 따돌림을 당했던 건 아니다. 단지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끊임없이 눈치를 보는 게 피곤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사춘기 학생들의 친구 관계라는 게 원래 복잡한 데다 다른 사람 시선을 특히 많이 신경 쓰는 일본이어서 더 어려움이 컸던 것 같아요. 중·고교 시절 느낀 어려움은 제 기억에 깊이 남아 작품의 모티브가 됐습니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작품 모티브
작품에 등장하는 상징들은 자신의 경험과 일상생활에서 수집한 것이다. 새의 이미지는 예전에 만났던 남자친구가 키운 반려 앵무새에서 따 왔다. “그 앵무새가 저를 아주 잘 따랐어요. 그런데 한 번은 제가 해외에 나가느라 몇 달 동안 앵무새를 못 본 적이 있었죠. 귀국 후 오랜만에 앵무새를 만났는데, 잔뜩 화가 나서 저를 물어뜯더군요. 어디 갔다 이제 오냐는 거죠. 재미있지만 조금은 이상하고 기괴한 그 상황에서, 인간과 사회가 맺는 뒤틀린 관계가 떠올랐습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