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완벽한 나라' 탈출한 가족

비욘드 유토피아

5년 전 탈북한 노씨 일가족 등이
한국땅 밟을 때까지 모습들 담아
작년 선댄스영화제 관객상 수상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질 때, 오히려 아들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영화에 참여했습니다. 계속 기도하고 있어요. (아들이) 그 모진 추위와 노동 속에서도, 바닥에 벌레를 집어먹을지언정, 그저 살아만 있기를….”

지난 19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 시사회. 영화에 참여한 이소연 씨(사진)는 취재진에게 발언하던 중 눈시울을 붉혔다. 2006년 탈북한 이씨는 그의 아들을 안전하게 탈북시키려 했지만, 아들이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되면서 실패로 끝났다. 아들은 ‘정치범 수용소’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 아들을 북한에서 구출하기 위한 이소연 씨의 숱한 노력과 눈물, 브로커와의 아슬아슬한 통화까지 가슴 아린 실패의 기록은 고스란히 영화에 담겼다.영화에는 이씨처럼 실패한 이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탈북을 돕는 김성은 목사를 중심으로 2019년 북한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한 노씨 일가족 5명의 탈출 과정이 대표적이다. 영화는 노씨 일가의 긴박한 탈출 여정과 20여 년 전 북한을 탈출한 이현서 씨의 충격적인 증언을 교차해 보여주며 북한의 민낯을 고발한다. 북한의 내부 체제와 수용소 시스템, 선전과 검열, 학대 등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통해 북한의 반인권적 실태를 체감할 수 있다.

영화의 중심축은 한국에서 탈북을 돕는 김성은 목사다. 그는 지난 23년 동안 1000명이 넘는 북한 주민의 탈북을 도왔다. 여전히 그에게는 ‘제발 살려달라’며 탈북을 원하는 연락이 쏟아지고, 그는 이들의 절박함을 모른척할 수 없어 탈북 사역을 감행한다고. 실제 탈북 과정을 담은 만큼 대부분이 핸드헬드(카메라, 조명장치 등을 손으로 드는 것) 기법으로 촬영됐다. 흔들리는 화면 속에서 보여지는 노씨 일가족의 탈북 여정을 밀착해 보여준다.

영화 도입에서 북한을 두고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 중 한 곳’이라고 표현한다. 모순적이게도 제목은 ‘유토피아’다. 영화 속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이곳이 유토피아라고 가르친다”고. 철저히 외부 세계를 통제하고, 주민들을 세뇌해 만들어진 ‘유토피아’. 영화 속 평범한 주민들은 이 거짓 유토피아에서 탈출하기 위해 백두산을 넘고, 메콩강을 건너고, 12시간씩 정글숲을 헤쳐 나간다.비욘드 유토피아는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는 매들린 게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각종 영화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제39회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받았으며, 다음달 열리는 제77회 영국 아카데미(BAFTA) 시상식의 다큐멘터리 부문 최종 후보로도 초청됐다. 오는 31일 개봉. 상영 시간 115분.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