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가 묘수 될까 [이은형의 부동산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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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최근 정부가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제시했습니다. 최근 수년간 정비사업에서의 공사비분쟁은 계약당사자들 간의 합의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공사계약서에 공사비 증액 등에 관한 조항이 명확하지 않았던 사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향후 체결되는 정비사업의 공사계약을 지금보다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방향입니다.
이번 표준공사계약서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공사비 산출 근거 명확화'와 '공사비 조정기준 마련(설계변경, 물가 변동)'입니다. 그간 정비사업과 관련해서 조합원 및 입주예정자들의 피해가 가장 컸던 부분입니다.조합원들의 입장에선 공사비 증액분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공사비 책정이 보다 투명해질 수 있고, 건설사 쪽에서는 공사계약 이후 주요 자재에 대한 물가 반영이 가능하므로 일단 양쪽의 입장이 모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공사비를 산출하는 건설사의 업무 난이도는 심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정책이 필요한 이유는 상대적 약자인 정비사업의 조합원(개인)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크다는 점입니다.
표준공사계약서는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 사항입니다. 그렇기에 한계는 존재하겠습니다만 실무적으로는 상당한 효과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문화에서는 정비사업의 인허가권자인 지자체가 사용을 권장하면 표준공사계약서를 사용하는 정비사업장이 점차 늘어나고, 이후 실무적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아서입니다. 그때까지는 시간은 걸리겠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표준공사계약서에 일부 특약 조건 등을 수정·추가한 변형양식을 사용하는 식의 사례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건설공사는 사업장마다 다른 특징이나 현황이 존재할 수 있기에 이런 부분은 계약서상에 추가·특약 조건으로 반영되는 것이 적절합니다. 표준계약서 양식을 변경해서 사용하더라도 무조건 나쁘다고 평가하면 안 됩니다. 기존의 유사 사례인 '건설공사 표준하도급계약서'도 변경·수정한 양식까지 합치면 사용 비율이 상당한 수준입니다.지자체 도시분쟁조정위의 조정에 확정판결과 동일한 재판상 화해 효력을 부여하는 정책 방향과 관련된 조항이 이번 표준공사계약서에 포함되었다는 것에도 유의해야 합니다. 관련 법령이 개정된다면 향후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소송이나 분쟁으로 인한 사업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도시분쟁조정위원회가 유명무실화된 지자체 사례도 있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기대를 걸어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재)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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