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을' ASML, 순이익 20억유로…주가 랠리

4분기 순이익 12.7% 증가
유럽증시 시총 3위로 올라서

"내년 성장세 고려 때 매수 기회"
반도체업계 ‘슈퍼을’로 불리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두 자릿수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는 반도체 시장 회복 흐름을 타고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ASML은 작년 4분기 순매출 72억3700만유로(약 10조5160억원), 순이익 20억4800만유로(약 2조9759억원)를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6%, 12.7% 증가한 수치다. 매출 총이익률은 51.4%로 집계됐다.

작년 연간으로도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ASML의 지난해 순매출은 275억5900만유로(약 40조598억원), 순이익은 78억3900만유로(약 11조3948억원)로 나타났다. 전년 실적보다 각각 30%, 39% 증가했다. 수주 잔액은 390억유로로 집계됐다. 피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분기 순매출과 매출총이익률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다.

올해 ASML의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베닝크 CEO는 “반도체산업의 최종 소비자 시장 재고 수준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강력한 4분기 수주 현황이 미래 수요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이어 “올해 긍정적 징후가 보이지만 보수적으로 잡아 연매출 규모를 작년 수준으로 예상한다”며 “내년에 눈에 띄는 성장세가 기대되기 때문에 올해는 이를 준비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호실적에 ASML 주가는 6% 넘게 급등했다. ASML은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해 유럽 증시에서 시가총액 3위로 올라섰다. 블룸버그는 지난 22일 ASML 주가가 약 3% 상승하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시가총액이 3060억달러(약 408조3600억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유럽 증시에서 ASML을 앞선 기업은 비만약 위고비로 유명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와 프랑스 명품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뿐이다.ASML의 주가 상승은 최근 인공지능(AI) 열풍 덕분이다. ASML 장비를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따라 차세대 반도체 생산 능력이 갈리기 때문이다. TSMC, 삼성전자, 인텔 등이 ASML의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도 ASML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ASML을 유럽 반도체 기업 가운데 추천 종목으로 꼽았다. 투자회사 번스타인은 “2025년 성장세를 고려할 때 지금이 좋은 진입 시점”이라는 내용의 리포트를 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