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끝났는데 '뒷북 과세'…모호한 法에 기업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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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느닷없는 '등록면허세' 추징에 혼란경기도의 중소기업 A사는 지난해 6월 부천시에서 날아온 지방세 고지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회사는 2019년 회생절차 과정에서 신주를 발행했는데, 증자 등기에 대한 등록면허세 약 6500만원을 내라고 뒤늦게 통보받았다. 이 등기는 당시 법원이 등기소에 위임해 처리했기 때문에 A사는 이 같은 납세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회생 과정 비과세였던 '등록세'
2016년 法개정 뒤 과세대상 돼
지자체, 고지 없다가 납부 통보
100여개社에 1000억 이상 추징
기업 상당수가 '조세 불복' 청구
法 다시 개정됐지만 소급 불투명
최근 법 개정으로 이 같은 등기는 세금을 매기지 않게 됐지만, A사는 세금을 내야 할 처지다. 이미 회생절차가 끝난 회사에는 개정 법률을 소급 적용할 수 없어서다.
○숨은 세원 발굴이 부른 ‘뒷북 과세’
A사와 같은 처지인 기업이 적지 않다. 25일 정부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100여 개 기업이 총 1000억원 이상의 등록면허세를 부과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등기를 한 지 한참 지나 과세 결정이 나는 바람에 세금의 40%가량이 가산세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가 조세심판원에 ‘과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이 분쟁은 2016년 기업 회생 과정에서 이뤄진 증자나 출자전환과 관련한 등기에 등록면허세를 매기도록 한 지방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비롯됐다.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2022년 부산시 사하구가 개정안을 근거로 과세한 것이 숨은 세원 발굴 사례로 평가받으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사하구가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자 다른 지자체들도 과세 행렬에 동참했다.영문도 모른 채 수년 전 일로 세금 고지서를 받아든 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회생 관련 법률을 다루는 채무자회생법에는 이 같은 등기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는 것도 ‘부당한 과세’라는 논리에 힘을 실어줬다. 법률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행안부는 회생절차에서 이뤄진 모든 촉탁등기(국가 기관이 등기소에 위임한 등기)에 등록면허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하고 지난해 10월 말 개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얼마 후 국회를 통과해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법 개정에도 회생 종결 기업은 무의미
하지만 회생절차가 끝난 기업에도 개정안 소급 적용이 가능한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평가다. 개정안은 부칙을 통해 ‘채무자회생법 시행 이후 납세 의무가 생겼거나 이 법 시행 당시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적용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회생절차가 끝났거나 회생계획대로 빚을 모두 갚은 기업에 관한 내용은 없다. 업계에선 세금을 고지받은 기업 대부분이 수년 전 법정관리에 들어갔음을 고려하면 회생절차가 종결된 사례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개정안의 효력이 미미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주무부처인 행안부는 어떤 해석도 내놓지 않고 있다. 법 개정에도 분쟁에 뛰어든 기업 대부분이 심판 청구를 철회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법조계에선 조세심판원이 앞으로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가 이번 분쟁의 양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세심판원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등록면허세와 관련한 사건들을 본격적으로 심리할 예정이다.대형 로펌 조세담당 변호사는 “조세심판에서 기업들의 주장이 기각되면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며 “정부가 회생절차가 끝난 기업에도 과세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지방세법을 명확히 개정해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