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전 英 약탈한 가나 황금 유물 대여 방식으로 귀환

영국이 약탈한 아프리카 가나 왕실의 황금 유물 등이 대여 방식으로 15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간다.

영국박물관과 빅토리아앤드앨버트박물관(V&A)은 25일(현지시간)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이들이 소장한 가나의 유물 32점을 장기 대여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돌아가는 유물에는 가나 토착 민족이 건국한 아샨티 제국의 왕들이 서약식에 사용한 칼을 비롯해 황금 파이프, 황금 배지 등이 있다.

영국은 1874년 제3차 영·아샨티 전쟁에서 승리한 후 아샨티 궁에서 유물을 약탈했다.

이번 유물 대여는 기본 3년에 3년을 연장할 수 있는 조건으로, 대여받는 당사자는 가나 정부가 아니라 아샨티의 왕(아샨티헤네) 오툼포 오세이 투투 2세다. 영국에서 돌아간 유물은 오툼포 오세이 투투 2세 즉위 25주년을 기념해서 수도 쿠마시의 만히아 왕궁 박물관에 전시된다.

오툼포 오세이 투투 2세는 지난해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에 참석했을 때 영국박물관 등을 찾아 대여 방안을 논의했다.

영국박물관과 V&A는 이 유물들이 아샨티족에게 문화·역사·정신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영국의 서아프리카 식민지 역사와도 관계가 깊다고 설명했다. 아샨티 제국은 17세기 후반 오늘날 가나 남부 지역에 세워졌다.

풍부한 금과 유럽과 직물, 노예무역 등을 기반으로 부강한 국가가 됐으나 영·아샨티 전쟁에서 패배한 뒤 '골드코스트'의 일부로 영국 통치를 받았다.

1957년 골드코스트가 가나를 국명으로 현대 국가로 독립했지만 아샨티 제국은 자체로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아샨티헤네는 실권은 없어도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존중받는다. 영국은 가나 외에도 그리스,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베냉 등과도 유물 반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영국은 소장 문화재를 영구히 돌려주지 못한다는 자국 법을 내세워 문화 교류를 명분으로 하는 대여 형식을 고수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