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예술적' 리스크 관리 알고리즘 개발 중"

연합뉴스 인터뷰…"현업 스스로 자기절제 갖추는 게 위험 관리"
4천300억 영풍제지 미수금 '쇼크'에도 "주주환원 축소 없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두 번의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렸다. 작년 한 해 20여개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시끄러웠고, 창사 이후 20여년 회사 역사상 가장 큰 위기였다.

이런 위기 속 키움증권의 '구원투수'로 엄주성(56) 신임 대표이사 사장이 이달 초 취임했다.

'라덕연 사태', '영풍제지 사태' 이후 회사의 위험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고 정착시키는 임무를 맡았다. 취임과 동시에 위기 관리 능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조직개편을 단행한 엄 대표는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관련 팀에서 리스크(위험) 관리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신용·미수거래 리스크를 적절하게 제어하면서도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자 수익을 취해야 하는 이중과제를 놓고 "기계적이 아닌 '예술적' 위험 관리"라고 표현하면서 "현업에서 자기절제를 갖추고 종합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대표는 1993년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증권 주식인수부에서 증권업과 인연을 맺었다. 키움증권에는 2007년 자기자본투자(PI) 팀장으로 재직하기 시작해 투자운용본부장(전무), 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 등을 지냈다.

다음은 엄 대표와 일문일답.
-- 작년 한 해는 키움증권이 유독 힘들었던 시기였다.

두 차례의 (주가조작)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나. ▲ 눈덩이를 굴리더라도 중간에 다지면서 굴려야 한다.

마치 대나무가 성장할 때 마디가 생기는 것과 같다.

작년은 그런 한 해였던 것 같다.

키움증권이 해외에 진출하고 자기자본이 훨씬 커진 상태에서 이 사건을 겪었으면 더 힘들었을 텐데 오히려 지금 겪은 게 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0년 뒤 회사가 어떻게 성장했냐고 물어봤을 때 '2023년이 있었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었다'라고 답하는 그런 생각을 한다.

-- 연초 낸 메시지 키워드는 '위기 관리'였다.

이제까지 키움이 하지 않았던 리스크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겠다는 건가.

▲ 은행으로 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로 대출을 해준다고 가정해보자. 서울 외곽 10억원 하던 아파트가 갑자기 100억원이 되면 수상하게 생각하고 LTV 50%만큼 빌려주지 않는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일이 늘상 일어난다.

합리적인 전망이라도 갑자기 주가수익비율(PER) 100배가 되는 종목이 생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갑자기 주가가 10배로 뛸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레버리지(차입)를 제공할 때 위험한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

종목도 보고, 계좌분석도 하고, 이상한 흐름이 있는지 살펴본다.

라덕연 사태 때는 거의 동일 시점에 (의심) 계좌들이 개설됐고 영풍제지 사건도 비슷한 시점에 다른 증권사에서 주식 이관이 많이 됐다고 하더라. 그런 것들을 걸러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를 문제지 풀듯 접근하면 늘지 않는다.

취지를 이해해야 응용도 생긴다.

리테일이든 기업금융이든 자기 절제가 수반돼야 한다.

자기절제는 '이런 부분에 리스크가 있구나'를 생각하는 건데 기능적으로 이를 분화시켜 '영업은 영업대로, 심사는 심사대로' 이렇게 접근하면 늘지 않는다.

영업하는 사람이 자기절제를 갖고 영업하고 금융상품이 많이 팔리면 무슨 문제가 없을까를 늘 생각해야 한다.
-- 위기관리를 강화하면 키움증권의 강점이었던 신용, 미수거래 정책을 보수적으로 가져간다는 것 아닌가.

실적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 그걸 극복해야 한다.

이번 인사에서 리테일비즈분석팀을 만들었다.

이 팀은 '예술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할 거다.

굉장히 어렵다.

실질적으로 리스크를 덜면서도 서비스 제한이 되지 않게 주요 항목들을 세세하게 관리한다.

현재 유형을 찾아가면서 알고리즘화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를 도식적·기계적으로 접근하면 위험과 수익은 모순된다.

그걸 예술적으로 하면 둘 다 포용할 수 있다.

답을 찾아가는 거다.

-- 4천300억원의 영풍제지 미수금 때문에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주주환원 축소를 우려하는 주주들이 있는데.
▲ 영풍제지 사건은 일회적이었다고 본다.

재무회계상으로는 작년 4분기 실적에 손실로 모두 반영되지만, 관리회계(기업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내부 보고 목적의 회계)로는 배당 정책에 영향이 안 가도록 몇 년에 걸쳐 이연시켜 반영할 계획이다.

-- 작년 CFD 사태로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신청이 중단됐는데 현재 진행 상황과 계획은.
▲ 리스크 관리 체계를 다 정비하고 재도전하는 게 순리겠다.

완전히 손 놓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초대형 IB는 의미 있는 게 발행어음 사업이다.

인가를 받았다는 가정하에 어느 시점에 발행해서 어떻게 운용할지 도상훈련을 할 거다.

일단 올해는 내부(정비)에 충실히 하는 게 목표다.

-- 브로커리지는 최강이지만 IB나 자산관리(WM)는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보강할 계획은.
▲ IB를 주식발행시장(ECM), 채권발행시장(DCM)으로 나누면 DCM은 잘하고 있고 ECM이 올라와야 한다.

올해는 기업공개(IPO)나 유상증자, 인수·합병(M&A) 금융 등에 자원을 집중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가고 있다.

대기업 그룹 집단 계열사 등에도 영업 중인데 아직 확정은 아니다.

작년 LS머트리얼즈 상장을 공동 주관했는데 이젠 키움이 IPO를 잘한다는 인식을 줬다.

WM은 오프라인 지점이나 조직 신설 같은 건 우리와 맞지 않고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한 키움의 기술로 해보는 걸 생각하고 있다.

-- 앞으로의 목표는.
▲ 키움증권 사회공헌단 '키움과 나눔' 단장을 12년 했는데 사장 되면서 물러났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ESG팀을 만들었는데 사회공헌 활동도 확대해볼 계획이다.

투자자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젊은 층들이 자산을 쌓는 데 징검다리가 돼주고, 사회적으로는 소외된 분야에 신경도 쓰면서 주주들에게는 이익을 돌려주는 거다.

작년 두 사건은 청년으로 잘 큰 키움이 이제 옆집도 돌아보고 누구랑 같이 사는지 주변도 둘러보라고 한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주주, 고객, 직원 등으로부터 응원받는 회사가 되고 싶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