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삼성·SK와 'AI 반도체 동맹' 맺나
입력
수정
지면A10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만나챗GPT 개발회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양산 등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I 반도체 독자 개발’을 추진 중인 오픈AI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을 파트너로 삼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오픈AI라는 새로운 대형 고객을 확보해 엔비디아 등 기존 고객사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이 작지 않다. 산업계에선 오픈AI와 한국 기업의 ‘AI 반도체 동맹’이 현실화하면 엔비디아·TSMC 중심으로 돌아가는 글로벌 반도체산업 지형이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자 AI 반도체 생산전략 논의
SK하이닉스와 HBM 얘기도
오픈 AI, 엔비디아 의존 줄일 듯
K반도체는 칩 양산으로 점유율↑
○삼성 반도체 사장단 총출동
올트먼 CEO는 26일 경기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했다. 이 공장은 최첨단 D램과 낸드플래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라인이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심장부다.이날 올트먼 CEO는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 등 삼성전자 반도체 경영진을 만나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오픈AI의 AI 반도체 독자 개발에 대한 비전과 생산 전략 등에 관한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엔 서울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CEO)을 만났다. SK하이닉스가 강점을 갖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용 첨단 메모리 반도체가 회의 테이블에 올랐다. 출국 직전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최고위 경영진과 만찬 자리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올트먼 CEO가 한국 반도체 기업 경영진을 집중적으로 만난 건 협업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는 방한 전에 TSMC와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반도체 독자 개발·생산을 추진 중인 오픈AI가 한국과 대만을 오가며 ‘협상의 지렛대’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픈AI도 K반도체와 협업 절실
오픈AI는 챗GPT 등 생성형 AI 서비스를 고도화할 때 엔비디아의 ‘H100’ AI가속기(생성형 AI에 필수인 대규모 데이터 학습·추론에 특화한 반도체 패키지)를 활용한다. H100은 개당 4000만원에 달하지만 지금 주문해도 1년 뒤에나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밀려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아마존 등이 매수 주문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AI 반도체 공급 구조 아래에선 원활하게 AI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게 올트먼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오픈AI가 AI 반도체 ‘개발’까지는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칩 양산이다. 최첨단 칩을 생산하는 시설 한 기를 짓기 위해선 40조~50조원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칩 양산은 주문을 받아 칩을 생산해주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에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최첨단 칩을 양산할 수 있는 곳은 대만 TSMC,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인텔 정도다. 이 중 TSMC는 애플, 엔비디아의 첨단 칩 생산 주문을 소화하기에도 빠듯한 상황이다.AI 서비스에 꼭 필요한 HBM과 관련해서도 한국 기업과의 협업은 필수다. HBM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AI가속기에 들어가 대용량 데이터의 원활한 처리를 돕는다. HBM이 없으면 AI가속기 생산이 불가능하다. HB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황정수/김채연/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