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간 후계구도 윤곽…첫 여성 회장 나오나

핵심 사업부 CEO 인사 단행

美 1위 은행 JP모간 18년 경영
다이먼 2026년 이후 퇴임할 듯

차기 후보 3명 중 2명 여성
상업 펩색·소비자 레이크 CEO
2인자 핀토 사장은 밀려난 듯
JP모간체이스가 25일(현지시간) 최고위직을 대거 갈아치웠다. 월가에선 자산 기준 미국 1위 은행의 후계 경쟁 체제가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가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꼽히는 제이미 다이먼 회장 겸 CEO(67)의 후임자가 점차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3파전’ 압축…펩색이 앞서

JP모간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제니퍼 펩색 소비자·지역 금융(CCB) 부문 공동 CEO(53)와 트로이 로르바흐 시장·증권 서비스 부문 책임자(53)를 상업·투자은행(IB) 부문 공동 CEO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펩색과 함께 CCB 부문 공동 CEO로 있던 메리앤 레이크(54)는 CCB 부문 단일 CEO에 올랐다.

펩색과 레이크는 5~6년 전부터 다이먼 회장의 유력 후임자로 거론돼 온 인물이다. 모두 여성인 만큼 월가 대형은행 최초의 여성 CEO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고조된 상황이다. 여기에 로르바흐가 승진하면서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로르바흐가 오른 상업·IB 부문 CEO는 다니엘 핀토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겸하고 있던 자리다. 핀토 사장은 다이먼 회장의 오른팔이자 JP모간 2인자다. 다이먼 회장이 예기치 못한 사고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돼 부득이하게 후임자를 임명해야 할 경우 그가 대행하게 된다. 핀토 사장도 한때 유력 후계자로 거론됐지만, 최근 몇 년 새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경쟁에서 밀려난 분위기다.핀토 사장은 사장 겸 COO 직위를 계속해서 유지한다. 다이먼 회장은 “핀토와 같은 특출난 파트너가 있다는 건 JP모간에 특별한 축복”이라며 그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JP모간이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수십만 명의 직원과 최고의 경영진 덕분”이라고 치하했다.

JP모간은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인 496억달러(약 66조원) 순이익을 냈다. IB 시장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대대적 조직 개편에 나선 씨티그룹 등 경쟁사와의 격차는 한껏 벌어졌다. 포브스에 따르면 JP모간의 자산은 3조3000억달러(약 4414조원·2023년 3월 31일 기준)로 미국 내 1위다.

○월가 ‘승계 물결’ 합류할까

최근 월가 주요 은행에선 경영권 승계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작년까지 13년째 모건스탠리를 이끌어 온 제임스 고먼 CEO는 올초 테드 픽에게 자리를 물려줬고, 라자드의 수장은 지난해 10월 피터 오르자그로 교체됐다.8개월 전 다이먼 회장이 “3년 반 내로 사임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JP모간의 차기 권력 구도에도 관심이 쏠렸다.

펩색 CEO는 유력 후보 중에서도 수장 자리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 증권사 아거스리서치의 스테판 비거는 “상업·투자은행 부문에서 펩색의 역할이 확대된 것은 그를 승계 구도에서 더욱 유리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JP모간에서 29년간 일해 온 펩색 CEO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카드 서비스 부문 CEO, 기업 대출 부문 CEO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레이크 CEO와 함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인수를 총괄한 임원이기도 하다.레이크 역시 JP모간과의 인연이 2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회계사 출신인 그는 1999년 JP모간에 합류한 뒤 CFO, 소비자 대출 부문 CEO 등을 거쳤다.

로르바흐 CEO도 금융업 부문에 25년 넘게 종사해 온 베테랑이다. 1995년 필라델피아증권거래소에서 일을 시작해 뉴욕연방은행 외환위원회, 영국 중앙은행(BOE) 공동상설위원회, 국립파리은행(BNP) 아시아 지부, 골드만삭스 북미 외환(FX) 옵션 사업부 등을 두루 거쳤다. JP모간에 합류한 건 2005년이다.

다만 다이먼 회장은 적어도 2026년까지는 퇴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6년까지 행사할 수 있는 JP모간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5000만달러어치를 3년 전 받았기 때문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