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등록금 올려 곳간 메우는 대학들

벼랑 끝에 선 대학

위기 타개 위한 '고육책'
재정 악화에 시달리는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과 대학원생의 등록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학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학부등록금 동결 장기화로 재정 위기가 심화하자 상대적으로 반발이 덜하고 등록금 상한제가 없는 부문을 올려 벌충하고 있는 셈이다.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10개 대학 가운데 6개 대학(서강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이 외국인 유학생 혹은 대학원생의 등록금 인상을 확정했다.이화여대는 올해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8% 올린다. 서울 주요 대학 중 인상폭이 가장 크다. 한 학기 기준 인문사회계열 380만~437만원, 공학계열 451만~540만원이다. 서강대는 대학원생과 유학생 등록금을 4%씩 올린다. 성균관대는 대학원생 2%, 한양대는 대학원생 2%, 유학생 5%를 인상할 방침이다. 지난해 유학생 등록금을 4% 인상한 중앙대는 올해 추가로 5% 올린다. 경희대 역시 지난해 4%에 이어 올해 5% 인상한다.

유학생 등록금은 2016년부터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고, 평균 등록금에 포함되지 않아 자율적으로 학교가 인상할 수 있다. 대학원 등록금은 법정 인상 한도(2024학년도 5.64%) 안에서 올릴 수 있다. 다만 인상해도 학부와 달리 국가장학금Ⅱ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외국인 유학생은 국내 학부생이 내지 않는 ‘입학금’도 학교에 따라 50만~100만원 납부한다. 입학금은 처음 대학에 들어갈 때 한 차례 내는 돈이다. 학부생에 대한 입학금은 2018년 국립대학이 전면 폐지했고, 사립대는 2018년부터 매년 20% 인하를 거쳐 2023년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 입학금은 폐지하지 않고 대학 자율에 맡겼다.외국인 등록금 인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해외 주요 대학도 내국인과 외국인의 등록금과 장학금에 차등을 둔다”며 “국내 학령인구 감소와 학부 등록금 동결로 인해 외국인학생 등록금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