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시총 107조원 증발…전기차, 이젠 '악몽의 시간'

어닝 쇼크에 주가 12% 폭락
배터리·소재업체도 '혹한기'
사진=AP
글로벌 전기차 선두 업체 테슬라 주가가 25일(현지시간) 10% 넘게 급락했다. 루시드, 리비안 등 다른 주요 전기차 업체 주가도 줄줄이 동반 하락했다. 전기차 수요가 부진한 데다 중국 업체의 잇따른 시장 진입으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황 전반에 부정적인 전망이 드리웠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12.13% 내린 182.6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의 최저치다.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800억달러(약 107조원)가량 증발해 5805억달러(약 775조원)로 쪼그라들었다. 제약회사 일라이릴리보다 적어 미국 내 시총 9위로 밀렸다. 올해 주가 하락률은 26.47%에 달한다. 루시드와 리비안, 피스커도 이날 각각 5.67%, 2.22%, 8.49% 급락했다.전기차산업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투자자의 우려를 키웠다. 테슬라가 전날 발표한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51억6700만달러로, 증가율이 3%에 그쳐 시장 예상치(256억달러)를 밑돌았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7% 급감한 20억6400만달러였다. 테슬라가 “2024년 자동차 판매 증가율은 2023년 달성한 수치보다 눈에 띄게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됐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열차 사고”라고 평가했다.

전기차 업황 부진은 중국 경기 침체와 업체 간 가격 경쟁, 유럽 보조금 삭감 등이 맞물린 결과다. 중국 BYD가 올초 전기차 가격을 15% 인하하자 테슬라도 8~9% 내리는 등 업계에서는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기차 한파’는 배터리 가격 인하, 리튬·니켈 등 소재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며 배터리 셀 및 소재 업체까지 덮치고 있다. 업체들은 생산 속도 조절 등을 통해 ‘전기차 대중화’ 전에 불어닥친 혹한기를 버틴다는 전략이다.

김일규/빈난새 기자 black0419@hankyung.com